[글로벌 워치] '클릭' 한번에…3000억弗 투입된 'F35' 美전투기 프로젝트 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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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글로벌 사이버 전쟁
#1.1941년 12월7일 하와이.미군들이 휴일을 즐기고 있을 때 일본군 전투기들이 하와이 진주만에 주둔하고 있던 전함과 전투기들에 기습공격을 감행한다. 구축함 애리조나호 등 16척의 함정이 그 자리에서 격침되거나 대파됐고,항공기 177대는 제대로 떠보지도 못한 채 산산조각이 났다.
#2.첨단 정보시설을 가진 미국 국방성 '펜타곤'.기존 전투기로는 공중전에선 발견할 수도,격추시킬 수도 없다는 '전설'이 나도는 미국 차세대 스텔스기에 관한 핵심정보가 보안시스템을 뚫고 들어온 해커에게 도난당한다. 적에게 발견되지 않는 '투명 망토'의 비밀이 새나간 차세대 전투기는 60여년 전 진주만에서 박살난 미군기들처럼 떠보기도 전에 격추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됐다.
제2차 세계대전을 끝으로 주요 강대국들 간에 현실세계(오프라인)에서 대규모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은 지 60년이 넘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사이버 세계(온라인)에선 국가와 국가 간,국가와 특정단체 및 개인 간 격렬한 세계대전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사이버 세작(細作 · 스파이)'들과 이를 막으려는 주요국 정부가 발달된 정보기술(IT)을 무기로 안보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서부전선 이상없다?…사방이 아수라장
이제 더 이상 해킹이란 사이버 공격에 안전지대는 없다. 최첨단 보안시스템의 대명사인 미 펜타곤은 이미 '해커들의 놀이터'가 됐다는 평이 나올 정도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해 미 정부 컴퓨터망에 대한 해킹 등 사이버 공격은 5488건으로 2007년에 비해 40%나 증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전 · 현직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차세대 전투기 'F35' 개발 정보가 정체불명의 해커로부터 유출됐다고 보도했다.
미 무기 프로젝트 역사상 가장 많은 3000억달러가 투입된 프로젝트가 송두리째 털렸다는 것.WSJ은 "이번에 해킹당한 정보는 기체 디자인 및 전자시스템과 관련한 것으로 유출 정보량이 테라(1조)바이트 규모"라고 전했다. 게다가 펜타곤에 대한 해커의 침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국방성은 보안시스템 점검을 강화하고 나섰지만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수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해킹당했다.
1999년에 '달밤의 미로'라는 별명의 해커가 미 국방성 컴퓨터에 1년간 상주하며 핵무기 관련 정보와 미 항공우주국(NASA)의 고급정보 등을 빼갔다. 2001년에는 영국 해커가 펜타곤 컴퓨터를 해킹,군사 네트워크에 수백만달러 규모의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미 정보당국 관계자는 "특히 최근 6개월간 사이버 공격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 · 중 간 사이버 대전
요즘은 개별 해커가 아니라 세계패권을 놓고 미국과 경쟁 중인 중국이 해킹의 배후로 등장하는 일이 잦아졌다. 2004년에는 '타이탄 레인'이란 이름을 갖고 있는 일군의 중국 해커들이 미 군사 네트워크 시스템을 공격,최신 전차 관련 정보 등 민감한 군사정보를 빼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5년 8월엔 미군 전산망이 뚫려 미 공군장교 3만3000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버락 오바마와 존 매케인 선거캠프의 컴퓨터가 유세 기간 중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해커들에 의해 뚫렸다. 최근에는 백악관 이메일 시스템도 해킹을 당했는데 배후로 중국이 의심되고 있다. 'F35' 정보유출건에도 중국이 빠지지 않고 거론됐다.
최근 캐나다 토론토대학 연구진은 중국에 기반을 둔 해커 조직이 전 세계 103개국 1295개 컴퓨터를 해킹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역시 해킹 안전지대는 아니어서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대만 출신으로 추정되는 해커들이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작성한 '2009년도 정부 업무 보고서' 초안을 복제해 갔다"고 보도했다. 물밑에서 서방세계의 중국에 대한 역공도 거세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방어체제 구축
이처럼 '물밑' 사이버 전쟁이 격화되면서 미국과 중국 간의 공개적인 신경전도 표면화되고 있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해킹을 안보의 제일 위협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총체적 검토를 지시했다.
부시 행정부가 수년간 전산 방어에 투입한 170억달러보다 많은 예산도 배정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는 군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합하고 공격형 사이버무기를 개발할 국방부 내 지휘부 창설을 거의 마무리한 상황이다.
미국의 국가 안보 책임자들은 중국을 해킹 배후로 공공연히 지적하며 긴장을 높이고 있다. 데니스 블레어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가장 위협적인 적은 무슬림 테러 조직이 아니라 중국 등 해킹조직을 갖춘 국가"라고 지목했고,미 국방부는 지난달 공개 보고에서 "뒤떨어진 군사기술을 만회하기 위해 중국이 해킹 기술을 연마해 전산망 침투를 일삼고 있다"고 공개 비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정면 반발하고 있다. 미 주재 중국 대사관은 "미 국방부의 발언은 냉전시대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처럼 사이버상 대결에 주요 국가가 집중하는 것은 '비용 대비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게다가 첨단 군사시스템이 온라인화되면서 한번의 사이버 공격으로 상대국의 전력을 무력화할 수 있는 점도 사이버 대전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만약에 전쟁이 발발하면 적국은 아군의 스위치를 꺼버리려 할 것"이라고 첨단 현대전의 상황을 전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2.첨단 정보시설을 가진 미국 국방성 '펜타곤'.기존 전투기로는 공중전에선 발견할 수도,격추시킬 수도 없다는 '전설'이 나도는 미국 차세대 스텔스기에 관한 핵심정보가 보안시스템을 뚫고 들어온 해커에게 도난당한다. 적에게 발견되지 않는 '투명 망토'의 비밀이 새나간 차세대 전투기는 60여년 전 진주만에서 박살난 미군기들처럼 떠보기도 전에 격추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됐다.
제2차 세계대전을 끝으로 주요 강대국들 간에 현실세계(오프라인)에서 대규모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은 지 60년이 넘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사이버 세계(온라인)에선 국가와 국가 간,국가와 특정단체 및 개인 간 격렬한 세계대전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사이버 세작(細作 · 스파이)'들과 이를 막으려는 주요국 정부가 발달된 정보기술(IT)을 무기로 안보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서부전선 이상없다?…사방이 아수라장
이제 더 이상 해킹이란 사이버 공격에 안전지대는 없다. 최첨단 보안시스템의 대명사인 미 펜타곤은 이미 '해커들의 놀이터'가 됐다는 평이 나올 정도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해 미 정부 컴퓨터망에 대한 해킹 등 사이버 공격은 5488건으로 2007년에 비해 40%나 증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전 · 현직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차세대 전투기 'F35' 개발 정보가 정체불명의 해커로부터 유출됐다고 보도했다.
미 무기 프로젝트 역사상 가장 많은 3000억달러가 투입된 프로젝트가 송두리째 털렸다는 것.WSJ은 "이번에 해킹당한 정보는 기체 디자인 및 전자시스템과 관련한 것으로 유출 정보량이 테라(1조)바이트 규모"라고 전했다. 게다가 펜타곤에 대한 해커의 침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국방성은 보안시스템 점검을 강화하고 나섰지만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수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해킹당했다.
1999년에 '달밤의 미로'라는 별명의 해커가 미 국방성 컴퓨터에 1년간 상주하며 핵무기 관련 정보와 미 항공우주국(NASA)의 고급정보 등을 빼갔다. 2001년에는 영국 해커가 펜타곤 컴퓨터를 해킹,군사 네트워크에 수백만달러 규모의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미 정보당국 관계자는 "특히 최근 6개월간 사이버 공격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 · 중 간 사이버 대전
요즘은 개별 해커가 아니라 세계패권을 놓고 미국과 경쟁 중인 중국이 해킹의 배후로 등장하는 일이 잦아졌다. 2004년에는 '타이탄 레인'이란 이름을 갖고 있는 일군의 중국 해커들이 미 군사 네트워크 시스템을 공격,최신 전차 관련 정보 등 민감한 군사정보를 빼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5년 8월엔 미군 전산망이 뚫려 미 공군장교 3만3000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버락 오바마와 존 매케인 선거캠프의 컴퓨터가 유세 기간 중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해커들에 의해 뚫렸다. 최근에는 백악관 이메일 시스템도 해킹을 당했는데 배후로 중국이 의심되고 있다. 'F35' 정보유출건에도 중국이 빠지지 않고 거론됐다.
최근 캐나다 토론토대학 연구진은 중국에 기반을 둔 해커 조직이 전 세계 103개국 1295개 컴퓨터를 해킹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역시 해킹 안전지대는 아니어서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대만 출신으로 추정되는 해커들이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작성한 '2009년도 정부 업무 보고서' 초안을 복제해 갔다"고 보도했다. 물밑에서 서방세계의 중국에 대한 역공도 거세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방어체제 구축
이처럼 '물밑' 사이버 전쟁이 격화되면서 미국과 중국 간의 공개적인 신경전도 표면화되고 있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해킹을 안보의 제일 위협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총체적 검토를 지시했다.
부시 행정부가 수년간 전산 방어에 투입한 170억달러보다 많은 예산도 배정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는 군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합하고 공격형 사이버무기를 개발할 국방부 내 지휘부 창설을 거의 마무리한 상황이다.
미국의 국가 안보 책임자들은 중국을 해킹 배후로 공공연히 지적하며 긴장을 높이고 있다. 데니스 블레어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가장 위협적인 적은 무슬림 테러 조직이 아니라 중국 등 해킹조직을 갖춘 국가"라고 지목했고,미 국방부는 지난달 공개 보고에서 "뒤떨어진 군사기술을 만회하기 위해 중국이 해킹 기술을 연마해 전산망 침투를 일삼고 있다"고 공개 비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정면 반발하고 있다. 미 주재 중국 대사관은 "미 국방부의 발언은 냉전시대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처럼 사이버상 대결에 주요 국가가 집중하는 것은 '비용 대비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게다가 첨단 군사시스템이 온라인화되면서 한번의 사이버 공격으로 상대국의 전력을 무력화할 수 있는 점도 사이버 대전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만약에 전쟁이 발발하면 적국은 아군의 스위치를 꺼버리려 할 것"이라고 첨단 현대전의 상황을 전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