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유씨 처분과 남북대화 시나리오

북한이 24일 불법입경 등 혐의를 두고 있던 미국인 여기자 2명을 기소하기로 하면서 이날 현재 26일째 개성공단에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의 처분 향배에도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 21일 `개성접촉' 이후 개성공단 운영을 매개로 한 남북대화를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씨에 어떤 처분이 내려지느냐가 향후 남북관계에 중대 변수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북한이 조만간 추방 등 형식으로 사건을 마무리할 경우 대화가 급물살 탈 가능성이 있지만 반대로 기소 등으로 사건을 장기화하려 할 경우 대화국면이 이어지기 쉽지 않으리라는게 정부 안팎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유씨 사건의 경우 남북이 합의한 별도의 절차에 따라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처음부터 북한 형사사법 절차에 따라 진행된 미국 여기자 사건과는 절차가 다르다.

미국 여기자 건이 `수사-예심-기소-재판'으로 구성된 북한 형사소송 절차 상 3단계인 기소에 접어들었다면 유씨는 북한 형사소송 절차에 들어서지도 않은 상태인 셈이다.

현 시점에서 예상가능한 북한의 태도는 남북대화가 실질적으로 진행되기 전 추방 등 형식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는 것과 기소를 위해 관련 절차를 밟는 것, 구금 상태의 조사를 계속 이어가는 것 등 크게 3가지 정도로 예상할 수 있다.

조만간 유씨를 추방하는 식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는 것은 최선의 시나리오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정부는 적극적으로 북한과의 현안 협의를 추진하게 될 공산이 크다.

반대로 유씨를 기소하려 할 경우는 최악에 해당한다.

일단 당국은 최소한 북한이 우리 당국과의 합의 절차를 생략한 채 일방적으로 유씨를 기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지구의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는 규정 위반자에 대해 기본적으로 경고.범칙금부과.추방 등 조치를 북이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그외 남북이 합의하는 엄중한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쌍방이 별도로 합의해 처리하도록 하고 있는 만큼 최소한 유씨 처분 방안을 협의하자고 나올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이 경우 우려되는 상황은 북이 자신들이 `개성접촉'서 요구한 근로자 임금 인상, 토지사용료 조기 징수 등에 대한 협상과 유씨 처분 관련 협의를 별개 트랙에서 진행하면서 남측으로부터 최대치를 얻어내려하는 시나리오다.

`개성접촉'에서 북측 공단관리 당국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관계자들이 유씨 접견을 요구하는 우리 대표단에 "우리 소관사항이 아니다"며 일체의 언급을 하지 않은 것도 북이 유씨 문제를 다른 개성공단 운영 사안과 함께 논의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었다.

유씨 관련 논의와 개성운영 관련 협상이 별개로 진행되는 상황은 우리 정부로선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씨라는 `아픈 손가락'이 있는 정부로선 개성공단 운영과 관련한 협상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선(先) 유씨 문제 해결, 후(後) 개성공단 협상' 기조를 정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남북합의에 조사기간이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을 이용, 북이 유씨에 대한 조사를 하염없이 계속할 경우에도 남북대화는 성과를 거두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만약 북한이 그간 불허해온 접견을 허용하면서 정부를 개성공단 운영과 관련한 대화로 이끌어 내려할 경우 정부는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