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이 드문 새벽거리. 한 무리의 사내들이 은행의 현금입출금기(ATM)로 다가선다. 주변을 둘러본 뒤 ATM기에 조그만 구멍을 뚫는다. 그리고 조용히 LPG가스를 구멍으로 뿜어 넣는다.

잠시 후 ‘뻥!’ 소리와 함께 ATM기 뚜껑이 열린다. 그 속에 있던 현금은 그 순간부터 은행 소유가 아니다. 다음날 아침 은행 앞엔 이런 문구가 붙는다. “부득이하게 ATM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다른 곳에 있는 ATM을 이용해 주세요.”

호주 은행과 경찰들이 ATM기를 노리는 폭파범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22일 호주 언론들이 보도했다. 최근 일주일새 시드니에서만 세 곳의 ATM기기가 망가졌다. 시드니를 중심으로 비슷한 범죄가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단서를 잡지 못했다.

경찰에는 비상이 걸렸다. 사고 은행 주변을 통제하고 범행 단서를 찾느라 분주하지만 별 소득이 없다. 1억원이 넘는 현상금을 걸기도 했지만 ‘ATM기 폭파사건’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은행들은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ATM기기에 가스를 주입하면 비상벨이 울리도록 하는 장치를 고안했다. ATM기기 내부에 염료봉투를 장착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현금통을 여는 순간 염료가 범인들의 옷이나 지폐로 튀도록 설계했다. 범인 추적을 위한 단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경닷컴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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