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소송제기 업체 '손보기' 수사"…소송 실제 포기
식약청 "위법 가능성 인지했으면 조사는 당연"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석면 탈크'를 납품 받은 제약사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데 대해 식약청을 상대로 소송을 낸 제약업계는 '협박성 또는 보복성'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불만을 터트리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2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식약청 위해사범중앙수사단은 지난 15-16일 제약업체들이 몰려 있는 향남단지 내 제약사 50곳에 대한 전격 약사(藥事)감시를 벌였으며 지금까지 약 60개 업체가 조사를 받았다.

식약청은 '석면 탈크'를 공급했던 덕산약품공업으로부터 부적합 탈크를 공급받은 업체들이 자체적인 품질검사를 실시했는지 여부와 검사 결과 부적합하다는 것을 알고도 계속 사용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덕산탈크를 납품받은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덕산약품공업은 지난 1995년 이후 품질시험성적서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불순물이 대한약전 기준치보다 최대 17배 많은 저질 탈크를 유통시켜온 혐의로 이미 지난 16일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하지만 탈크는 의약품 주성분이 아니라 0.1-3% 함유되는 부형제여서 매번 검사를 실시하지 않더라도 규정 위반이 아닌데도 이를 이유로 수사에 나서는 것에 대해 업계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업계는 또 "경미한 사안을 놓고 강압적인 조사를 하는 식약청의 행위는 지나친 공권력 행사"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번 수사를 식약청에 소송을 낸 제약사들에 대한 '협박성 또는 보복성 수사'라는 불만도 제기하고 있다.

'석면 탈크'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판매금지를 당한 제약사 121곳 가운데 30여곳이 식약청을 상대로 판매금지와 회수 명령 효력정지 청구소송을 협회 차원에서 공동으로 진행한 것이 '괘씸죄'에 걸렸다는 주장이다.

중소제약사 대표이사 A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석면 탈크' 파동의 원인 제공자인 식약청이 도리어 업계에 '협박성 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적반하장격"이라며 "업계가 소송을 걸어 사안이 확대될 조짐이 보이자 식약청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소송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식약청 약사감시계획에 따르면 식약청은 탈크 품질검사를 실시하지 않은 업체에 대해 행정처분을 검토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약사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식약청의 현장 조사 이후 공동소송을 준비했던 업체들은 모두 소송을 포기했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식약청이 조사 결과를 손에 쥐고 있는 상황에서 각 제약사들로서는 소송 포기압박을 느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괘씸죄 수사' 논란에 대해 식약청 위해사범중앙수사단 관계자는 "불순물시험 결과가 장기간 조작된 사실을 확인한 이상 납품 받은 업체가 그 사실을 몰랐는지 확인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불법 소지를 인지하고도 조사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직무유기"라고 반박했다.

소송을 제기한 제약사들에 대한 '표적.보복성' 의혹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향남제약단지의 경우 제약사들이 몰려 있어 일시에 수사한 것일 뿐 덕산탈크를 납품 받은 전 업체에 대해 탈크 불순물검사 실시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며 "소송포기를 유도하기 위한 압박이라는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tr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