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파테로는 지능 모자라"…사르코지 막말 파문
말실수로 잦은 구설에 올랐던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이번에는 최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주요국 지도자들을 폄하해 논란이 일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신출내기인 데다 과대평가됐고,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자신의 주변을 맴돌 수밖에 없는 왜소한 존재라는 게 '막말'의 요지다. 호세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에겐 '지능'에 문제가 있다는 독설까지 내놔 이달 말 방문 예정인 스페인의 분위기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디언 등에 따르면 사르코지 대통령은 최근 24명의 프랑스 의회 여야 지도자들과 가진 오찬회동에서 지난 G20 정상회의에서 자신의 역할을 자화자찬하면서 다른 지도자들에 대해선 직설적인 표현으로 비하했다.

특히 최근 주요 언론에 의해 스타로 떠오른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구체적으로 털어놨다. 오찬에 참석했던 장 피에르 브라르드 의원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에 당선됐고 국가는 물론 어떤 기관도 운영해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매우 지적이고 카리스마가 넘치긴 하지만 주요 정치 문제에 직면해선 모호한 태도를 취했고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주저주저' 했다는 게 사르코지 대통령의 평가. 사르코지가 "회의 기간 중 오바마 대통령은 어떤 (구체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어 메르켈 독일 총리에 대해선 "독일의 은행과 자동차산업 실상에 대해 보고 받자마자 나와 같은 입장을 취하기 위해 달려오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었다"고 자신을 독일 총리의 후견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사파테로 총리에겐 '지능'이 의심된다는 악담을 쏟아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아마도 그(스페인 총리)는 전혀 똑똑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조스팽 전 프랑스 총리처럼 매우 똑똑하지만 총리직에 재선되지 못한 사람들을 알고 있다"는 농담으로 지난해 재선에 성공한 사파테로 총리를 비꼬았다. 한마디로 정치적 성공과 지능은 별개의 문제라는 얘기다.

이 밖에 주제 마누엘 바로수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에 대해선 "G20 회의 기간에 완전히 존재감이 없었다"는 말로 폄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문제성 발언에 대해 외신들은 "사르코지의 자화자찬이 지나쳤고 사르코지와 협력했던 이웃 국가 누구도 좋아하지 않을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프랑스 엘리제궁은 "스페인 총리의 지능과 관련한 발언 등은 없었다"며 완강히 부인했지만 다수의 참석자들은 "그런 내용의 발언이 나온 것은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달 말 사르코지 대통령의 방문이 예정된 스페인 정부는 '얼음장 같은 침묵(Icy Silence)'으로 '입이 싼' 프랑스 대통령에게 화답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