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은 야외 스포츠를 관람하기 좋은 계절이다.

퇴근 후 동료들끼리 친목도모를 위해,또는 무료한 주말 가족 나들이로 야구장이나 축구장을 찾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싶다.

물론 "사람들로 북적대는 그 복잡한 데 가서 뭐해? 그냥 거실에서 선명한 화질로 편하게 보면 되지"라며 '카우치 포테이토'를 고집할 수도 있다. 하지만 딱 한번만이라도 선수들이 땀 흘리고 관중들이 목청 높여 외치는 '그곳'에 가보라.

긍정적인 에너지가 충만한 그곳 분위기에 녹아들어 한 주간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을 테니까.

문제는 경기장에 갈 때도 엄연히 그에 걸맞은 패션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엄격한 복장 규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TPO'(time · place · occasion,시간 · 장소 · 상황)에 맞추라는 얘기다. 한 예로 베이징 올림픽 때 수트 차림으로 여자 핸드볼 경기장에 방문했던 근엄한 한국의 대통령보다 편안한 캐주얼 차림으로 관람한 프랑스 대통령이 훨씬 높은 점수를 받았다.

◆경기장 갈때도 패션은 있다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 사람들은 현실의 고민을 잊기 위해 더욱 스포츠에 열중하고 있다. 패션계가 이런 호기를 놓칠 리 없다. 최근 막을 내린 뉴욕 컬렉션에서는 스포츠를 관람할 때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들을 대거 선보였다.

미셸 오바마가 애국심 마케팅 차원에서 방송에 입고 나와 인기가 급상승 중인 미국의 국민 브랜드 'J.CREW'는 전형적인 아메리칸 베이스볼 점퍼를 런웨이에 내놓았다. 최근 럭셔리 아이템을 지향하던 디젤도 다시금 캐주얼 스타일로 선회했다. 때맞춰 나이키와 아디다스,강렬한 원색이 특징인 카파같은 스포츠 브랜드들도 기능성 의류보다 캐주얼 의류 비중을 높이고 있다.

사실 경기장에 갈 때 가장 바람직한 스타일은 역시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일명 저지)을 착용하는 것이지만,상황이 여의치 않을 땐 그 팀의 상징색에 맞추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같은 연고지의 리버풀과 에버튼이 치열한 '머지사이드 더비'를 벌일 때면 관람석이 마치 태극 문양처럼 리버풀의 붉은색과 에버튼의 푸른색으로 나뉘는 것을 볼 수 있다. 국내 프로 경기에서도 응원하는 팀과 같은 컬러의 옷을 입으면 경기장 분위기에 쉽게 동화될 수 있을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이맘 때면 찾아오는 황사,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꽃가루,10도를 넘는 심한 일교차 같은 외부 환경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변덕스러운 봄 날씨에 대처할 수 있는 최적의 아이템이 바로 후드티나 윈드 브레이커(바람막이 점퍼)처럼 가볍게 입고 벗을 수 있는 아우터다. 다시 유행이 돌아온 워싱된 청바지에 파랑,노랑 등 화사한 원색의 후드를 입고 이것저것 먹을거리를 담을 수 있는 빅백을 매치하면 100점짜리 코디법이 아닐까.

이때 여름 자외선보다 피부 투과율이 더 높다는 봄 햇볕을 막기 위한 차단제는 SPF지수가 40 이상인 것으로 준비하면 좋다. 스프레이 스타일의 차단제로 팔과 목덜미에 수시로 뿌려주는 것도 피부를 지키는 좋은 습관이다. 모자 역시 필수품.선캡보다는 트럭 운전기사들이 쓰는 데서 유래해 일명 '트러커'라 불리우는 메시 소재의 챙 달린 모자가 스타일은 물론 통풍과 땀 흡수 등 기능면에서도 좋다.

◆이성과 데이트 한다면…

모처럼 이성과의 데이트로 스포츠 관람을 정했다면 남자는 화이트나 아이보리 계열의 면바지와 깅엄 체크 셔츠를 입고 그 위에 화사한 카디건을,여자는 파스텔톤 원피스에 헬렌 카민스키 같은 챙 넓은 모자를 매치하면 아주 클래식하면서도 복고풍 트렌드에 부합하는 100점짜리 커플 코디다. 신발은 남녀 모두 편안한 단화를 신어주면 무난하겠다. 참고로 몇 달 전 이 코너에서 남자들은 셔츠 안에 아무것도 입지 말라고 충고했었지만 최근엔 셔츠 안에 짧은 소매 티셔츠를 받쳐 입는 게 더 멋스럽다. 어쩌겠는가! 남성의 옷 입기 트렌드가 유럽 스타일에서 미국 스타일로 옮겨오고 있는 것을….

스포츠 경기장에 가서 직접 관람을 한다는 것은 당신의 또 다른 열정을 발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물론 패셔너블하게 말이다. 앞에서 언급한 스타일링 팁은 비단 스포츠 관람뿐 아니라 봄철 바깥 나들이에도 유용하니 기억해둘 만하다.

패션칼럼니스트 · 월간 '데이즈드&컨퓨즈드' 수석 패션에 kimhyeonta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