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고수들은 목표 수익률 외에 손절매 수익률도 정해 놓습니다. 펀드나 주식 가격이 일정 수익률 이하로 내려가면 뒤도 안 돌아보고 돈을 빼는거죠."

박일건 HSBC 서초지점 시니어 FP(파이낸셜 플래너)는 부자들의 특징으로 계획성과 과감성을 들었다.

서울 강남 지역에서 8년간 고액 자산가들을 상담해 온 그는 "고수들은 철저하게 투자 대상을 분석하고 어떤 곳에 돈을 넣을지 결정하면 바로 실행에 들어간다"며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면 돈을 찾아 머니마켓펀드(MMF) 등 안전자산에 넣어둔 뒤 처음부터 다시 투자를 시작해 위험성을 없앤다"고 말했다.

고수들은 환매할 때도 망설임이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FP는 "중국 주식에 10억원가량을 투자한 고객이 있었는데 주식값이 18억원까지 올랐다가 1년도 안돼 7억~8억원까지 떨어졌다"며 "일반 투자자들은 주식값이 두 배 가까이 올라갔던 기억 때문에 환매를 못하겠지만 이 고객은 자신이 정한 손절매 수익률 밑으로 떨어졌다며 과감하게 주식을 팔아 버리더라"고 전했다.

박 FP는 "고수들은 한 금융사에만 '올인'하지 않고 다양한 정보 획득 루트를 확보한다"며 "부동산을 잘 아는 프라이빗 뱅커(PB),주식을 잘 아는 PB 등을 분야별로 정해 놓고 거래한다"고 설명했다.

박 FP는 찾아온 고객의 질문 내용을 들어보면 투자 고수인지 아닌지 판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일 증시가 어떨 것 같냐고 물어보는 사람은 초짜"라며 "고수들은 나무가 아닌 숲을 보기 때문에 그런 단기성 정보보다는 정부 정책이나 금융환경 변화에 대한 생각을 묻는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최근 미국 정부가 대규모로 국채를 발행하기로 한 것이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들으러 온다는 것이다.

성공적인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투자 성향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 박 FP의 지론이다. 그는 "재테크를 하기 위해선 주식은 필수라고 생각해 자신의 성향에 관계없이 무조건 주식을 사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며 "투자 성향별로 포트폴리오 내 위험자산 비중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FP는 "연령대별로 위험자산 비중을 조절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인데 20~30대는 60%까지,40대는 50% 이하,50대는 40% 정도,60대는 20% 정도로 위험자산 비중을 가져가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박 FP는 최근 주식시장이 어느 정도 바닥 다지기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 국채 발행,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채권 투자 면세 혜택 등이 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 FP는 "과거 사례를 보면 은행들이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일어날 때가 증시 바닥이었던 경우가 많은데 미국 시장을 보면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라며 "지금부터 조금씩 꾸준히 주식을 매입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경기가 V자가 아닌 U자형 반등이 예상되고 실물경기는 아직 못 살아나고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할 필요는 있다"고 당부했다.

박 FP는 유망한 시장은 중국,상품으로는 원유펀드를 꼽았다. 그는 "금융위기를 몰고 온 모기지 파생상품에 물리지 않은 곳이 중국과 한국"이라며 "특히 중국 본토 증시의 A주보다 홍콩에 상장한 중국 기업인 H주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어 매력적"이라고 분석했다.

박 FP는 "세계 각국 정부가 돈을 많이 푼 상황에서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것인데 이를 헤지(회피)할 수 있는 게 원자재 투자"라며 "금은 최근 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원유 쪽에 투자하는 것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서는 "만기 보유할 사람은 지금 채권에 투자하는 게 좋지만 중간에 매매할 사람은 사지 않는 것이 낫다"며 "시중에 채권이 많아지면 수익률은 상승하고 가격은 하락하기 때문에 매매차익을 얻으려는 사람은 오히려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박 FP는 펀드를 아직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막연히 앞으로 오를 것이라 기대해서는 안 되며 분할해서 환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장기 보유할 고객의 경우 냉철하게 판단해 먼저 팔아야 할 것부터 환매해 성장 가능한 시장의 펀드로 바꾸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며 "지금 펀드를 매입하기 시작하는 공격적인 투자자의 경우에도 분할 매수 전략을 써야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2002년 삼성생명에서 FP 생활을 시작한 박 FP는 최우수 수익증권판매상,최우수 웰스매니저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2006년부터 HSBC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CFP(국제재무설계사),공인중개사,증권투자상담사,선물거래상담사 등 각종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글=이태훈/사진=강은구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