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언론 죽이기 시작됐나" 우려

민주당이 안팎에서 만만치않은 시련에 직면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4.29 재보선 전주 덕진 출마를 선언하고 전격 귀국하면서 심각한 내홍에 휩싸인 가운데 검찰의 `박연차 로비' 수사의 칼끝이 당을 정조준하는 것으로 서서히 드러나면서 지난해 7월 정세균 대표 체제 이후 최대 위기국면을 맞은 것이다.

애초 민주당은 `개혁공천'을 통해 정국 승부처인 4.29 재보선에서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심판하고 이를 바탕으로 6월 `미디어 입법대치'에서 승기를 잡아 수권.대안야당으로 발돋움한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예기치못했던 `내우외환'의 상황으로 이 계획이 심각한 차질을 빚으며 이제는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로 떨어지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여야 정치권을 상대로 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단순히 재보선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한 여권의 단기적 정치공세 차원을 넘어 일종의 `야당 죽이기'를 노골화한 공안.사정통치의 선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경찰이 YTN 노종면 노조위원장과 MBC PD수첩 제작진을 구속.체포하고 검찰이 야당 현역의원들에 대해 강도높은 수사를 벌이는 것이 비판세력의 씨를 말리기 위한 노골적 음모의 발로가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우리가 맞닥뜨린 상황은 이 정권이 재보선 승리를 위해 표적사정, 공안정국, 야당탄압을 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고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정세균 대표가 27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밝힌 것도 이러한 정국 인식에서다.

현실적으로 민주당은 검찰이 이광재 의원을 전격 구속한데 이어 서갑원 원내수석부대표의 구인을 검토하는 등 현역 의원에 대한 수사로 목줄을 옥죄자 엄청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대표측 핵심 관계자는 "노골적 언론탄압과 사정정국의 광풍까지 겹친 공안정국이 시작됐다"며 "한편으로는 언론을 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동안 숨겨왔던 `박연차 카드'를 꺼내는 불순한 의도에 우려와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외부의 거센 `광풍'에 단일대오로 대응하기는커녕 당내의 재보선 공천 논란 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나머지 심각한 내홍에 휘말린 상황이다.

정 전 장관은 "나를 벼랑 끝으로 내몰지 말라"며 덕진 출마를 고수하고 있고, 당 지도부도 "정 전 장관이 출마 포기를 결단해달라"며 중재없는 극한 대결에만 몰두하면서 양측간의 대립은 한치의 양보없는 `치킨 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끝내 양측이 타협을 이뤄내지 못해 정 전 장관이 덕진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 경우 공천 내홍사태는 심각한 권력투쟁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한 주류 386 인사는 "재보선을 앞두고 정권이 사정의 칼날을 휘두르고 민주주의와 인권, 경제가 무너져내리는 상황에서 재보선이 정권 실정을 심판하는 공간이 돼야 하지만 민주당은 공천 갈등으로 분란을 겪고 있다"며 곤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단 민주당은 27일 확대간부회의를 계기로 현 국면을 중차대한 비상시국으로 규정하고 대응에 나섰다.

4월 1일부터 시작되는 임시국회의 장을 통해 현 정권의 '민주주의 파괴'에 대해 대대적 공세를 펼치는 한편 언론.시민단체 등과의 연계투쟁을 통해 여권의 '비판세력 죽이기'를 국민에게 알리고 싸우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연차 리스트'에 대한 검찰의 '표적수사'를 막기 위해 내주초 특별검사제법안 및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 4월 국회전략과 연계하는 한편 내주초 소속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의원총회를 열어 총체적 대책을 모색키로 했다.

또 당 지도부는 이날 정 전 장관에게 "당이 중대한 위기에 처한 만큼 당력을 결집해 외환을 극복해야지 내홍은 안된다"며 출마 재고를 거듭 요청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