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전방위로 금품을 살포했지만 원하는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채 되레 자기 발목을 건 상황이 검찰 수사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26일 대검 중수부에 따르면 박 회장은 2004년 12월 중순 서울 S호텔 식당에서 사돈관계인 김정복 당시 서울중부지방국세청장, 박정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등과 부부동반 모임을 했다.

박 회장은 차기 국세청장 자리를 놓고 이주성씨와 경합을 벌이고 있던 사돈을 위해 인사 검증을 잘해달라는 의도로 박 전 수석과의 자리를 마련했고 1억원어치 백화점 상품권도 건넸다.

하지만 국세청장 자리는 이씨에게 돌아갔다.

당시 박 회장이 `노무현 대통령과 특수한 관계'로 분류돼 있었는데 김 전 청장이 그의 사돈이라는 이유가 오히려 국세청장에서 밀리게 된 한 원인이 됐다고 검찰은 전했다.

박 회장은 또 작년 7월30일부터 국세청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검찰에 고발되지 않도록 세무조사를 무마시켜달라'며 같은 해 9월9일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에게 2억원을 전달했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선경선캠프 대운하추진본부 부본부장'을 지낸 추 전 비서관은 이 대통령의 측근 인사로 `대운하 전도사'라는 별칭까지 갖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한 로비'가 돼 세무조사는 예정대로 진행됐고 국세청은 박 회장이 200억원 이상 세금을 포탈한 사실 등을 확인해 작년 11월 검찰에 고발함으로써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이번 수사를 촉발시켰다.

아울러 그가 스스로, 또는 지역 `큰 어른'이었던 노건평씨의 부탁을 받아 수억원씩 `통 크게' 밀어줬던 각종 선거의 후보자들도 줄줄이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를 막지도 못하고 금품제공 사실만 속속 드러나면서 본인의 혐의만 점점 늘어나는 처지가 된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