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100층 안팎의 초고층빌딩 건설계획들이 잇따라 무산되거나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경기침체 여파도 있겠지만 주변 여건과 사업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묻지마식으로 사업을 추진했기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울시는 중구청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220층(960m)짜리 랜드마크 빌딩을 건설하려고 했던 세운 재정비촉진지구의 건축물 높이를 120m(30~35층)로 억제하는 내용을 담은 '세운재정비촉진계획'을 지난 19일 확정고시했다. 지역 주민 공람을 거쳐 이 같은 개발계획을 확정함에 따라 이곳엔 당초 계획했던 초고층 건설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이곳 3 · 5구역에 초고층 빌딩을 짓게 해달라고 요구했던 중구청은 2007년 말부터 세운재정비촉진계획의 주민 공람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서울시의 높이제한 움직임을 저지해 왔다. 그러나 서울시의 의지를 꺾지 못한 중구청이 주민공람에 협조함에 따라 이곳엔 35층 전후의 주상복합아파트나 업무용빌딩이 들어서게 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4대문 안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종묘 등 600년 안팎의 문화재 밀집지역이어서 건축물 높이를 최고 120m 정도로 제한하고 있는데,이런 상황을 고려치않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것 자체가 무리였다"고 지적했다.

고양시가 일산 서구 대화동 킨텍스 옆에 계획했던 지상 100층짜리 랜드마크빌딩도 사실상 무산됐다. 2007년 말 첫 민간사업자 공모가 외면받은 데 이어 2008년 3월 실시한 재공모 역시 업계의 관심을 전혀 끌지못했다. 지금은 사업이 무기연기된 상태이고,고양시는 사업을 재개하더라도 100층을 고집하지 않을 방침이다.

광교신도시 내 16만1696㎡부지에 90층짜리 초고층 빌딩 등이 들어서는 대규모 업무단지를 조성하는'광교 비즈니스파크 프로젝트'도 작년 10월 실시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공모에서 참여업체가 없어 사업이 무기 연기됐다. 대우건설의 최원철 부장은 "전 세계적으로 수십건의 100층 빌딩 건설사업이 추진됐지만,수익성이 없어 실제 완공된 것은 6곳에 불과하다"며 "하지만 국내의 경우 서울 7개 · 부산 3개 · 인천 2개 등 무려 12곳에서 지상 100층 빌딩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이 중 두세 곳 정도가 추진되면 다행일 것"으로 내다봤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