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불패 신화'가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흔들리면서 '집 잘 사고 잘 파는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집주인은 집이 팔리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고,수요자는 '묻지마 투자'로는 더 이상 수익을 내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은 본지 선정 베스트공인중개사들을 초청,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국공인중개사무소에서 집 잘 사고 잘 파는 법에 대해 들어봤다. 이 자리에는 한국공인의 이용호 대표,강서구 화곡동 대성공인의 배영애 대표,용산구 서계동 키움공인의 임기중 대표,서초구 잠원동 양지공인의 이덕원 대표 등 4명이 참석,'집 빨리 파는 법''매도 및 매입 적기''중개업소 고르는 법''가격 흥정법' 등에 대해 조언했다.

◆잘 파는 법 "집에 사람 있을 때 매물 내놔라"

한경 베스트공인중개사들은 집을 팔 때는 "수요자들이 사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꾸미라"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되도록이면 집을 비우지 않은 상태에서 팔라고 귀띔했다. 배영애 대표는 "집주인이나 세입자가 살고 있어야 집을 보러온 사람이 썰렁하지 않고 아늑한 느낌을 받는다"며 "집이 비어 있으면 잘 안 팔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요즘 같은 집값 하락기 및 봄 이사철에는 전세를 끼고 사려는 투자자들보다는 당장 입주를 원하는 실수요자들의 비중이 높은 만큼,세입자가 있다면 퇴거 시기가 가까운 시점에서 내놓는 방안을 추천했다. 또 세입자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덕원 대표는 "세입자가 집을 보러온 사람한테 '수돗물이 잘 안 나온다'며 집의 흉을 보며 매매를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며 "반대로 세입자가 집을 칭찬하고 내부도 깔끔하게 꾸며놓으면 수요자의 구매 의욕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집을 비워놓은 상태에서 팔 경우에도 되도록이면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베스트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이덕원 대표는 "외국에서는 매물로 내놓은 빈집에 배치하도록 중고가구를 렌털해 주는데 가구나 액자 등을 마련해 놓으면 분위기가 달라진다"며 "집을 보러왔을 때 향을 뿌리고 음악을 틀어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반지하나 1~2층 등 저층에 있는 집은 겨울에 매물로 내놓지 말라는 것이 베스트공인중개사들의 조언이다. 이용호 대표는 "고층에 비해 어두워보이는 분위기가 겨울에는 더 심하다"며 "꽃이 피는 봄이나 햇볕 많은 여름에 파는 게 유리하다"고 밝혔다. 가격 상승기라면 여러 공인중개사무소에,하락기라면 한두 곳에만 매물을 내놓는 것이 낫다. 임기중 대표는 "상승기에는 매도자 우위여서 서로 집값을 많이 받아 팔아주려고 하지만 하락기에는 서로 집값을 후려쳐서 수요자를 잡아끌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잘 사는 법 "중개업소는 2~3곳만…많이 돌면 집주인 호가 높여"

반면 집을 살 때에는 어느 시기든 많은 공인중개업소를 돌아보지 않는 게 낫다고 베스트중개사들은 충고했다. 집주인들이 매입 수요가 많은 것으로 생각하고 매도호가를 높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용호 대표는 "중개업소 10곳을 돌아보면 업소마다 고객으로 파악돼 집주인들은 수요자가 10명이나 모여든 줄 안다"며 "2~3곳만 들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중개업소는 되도록 해당 지역에서 오래 영업한 곳을 고를 것을 권했다. 배영애 대표는 "한곳에서 오래했다면 그만큼 주위에서 신뢰를 얻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재개발 · 재건축 지역에서는 중개업소 외에 관공서와 조합에 들러 조합원수,용적률,사업단계 등을 확인하는 것은 '필수사항'으로 꼽혔다.

또 집주인이 왜 집을 파는지도 파악하면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덕원 대표는 "매물에 대출이 많으면 집주인이 그만큼 경제적으로 압박을 받아 내놓았을 확률이 높다"며 "매입 베테랑들은 급매물이라도 이럴 때 한번쯤 튕겨본다"고 귀띔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