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불사' 초대형은행 출현 규제 필요성 역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은 미국 경제가 침체에서 조기에 벗어나기 위해서는 금융시스템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하고 앞으로 금융부문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버냉키 의장은 특히 규모가 너무 커 파산을 방치할 수 없고 결국 납세자들의 혈세로 구제해야만 하는 초대형 금융회사들이 경제의 안정을 해치는 `시스템 리스크'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버냉키 의장은 10일 미외교협회(CFR) 초청 행사에서 연설을 통해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그는 "금융시스템을 안정화시키기 전까지는 지속 가능한 경기회복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만일 금융시스템이 질서를 회복한다면 미국 경제가 올해 하반기에 침체에서 빠져나올 수 있고 내년에는 성장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세계 각국 정부가 금융시장의 기능을 복원시키고 자금흐름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강력하고 공조를 이룬 행동을 계속 취해야만 한다고 버냉키 의장은 강조했다.

그는 특히 규모가 너무 커서 망할 수 없는 금융회사들의 부실 문제를 해결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이들 대형 금융회사들이 상호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경제안정을 위협하는 시스템 리스크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버냉키 의장은 "금융회사의 규모가 지나치게 커져 파산이 곤란한 상태가 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시장의 규율을 훼손하고 과도한 모험투자를 조장하게 되며 결국 정부가 구제에 나서게 돼 납세자들의 부담으로 전가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초대형 은행의 출현을 막기 위한 수단이나 대책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실라 베어 의장도 8일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파산할 경우 국민 경제에 미칠 충격이 워낙 커 납세자들의 돈으로 구제받을 수밖에 없는 `메가 은행'의 탄생이 앞으로는 허용돼서는 안될 것"이라면서 의회가 마땅한 방안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어 현재의 파산법 체제는 주요 비(非)은행 금융회사가 파산할 경우 국민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충분치 않다면서 금융감독 당국이 이런 비은행 금융회사의 부실에 대응한 새로운 수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버냉키 의장이 구체적으로 비은행 금융회사의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미국내 최대보험사인 AIG에 지금까지 1천800억달러의 구제금융 자금이 투입된 사례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