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잠실종합운동장 부지에 121층(633m) 높이의 초고층 빌딩을 짓는 제안에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혀 사업 추진이 불투명해졌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한호건설 컨소시엄이 2007년 말에 '잠실 국제컨벤션 콤플렉스' 조성 사업을 제안했으나 시는 초고층 빌딩이 아닌 기존 주경기장과 어울리는 독특한 외관의 건축물로 짓는다는 계획을 수립 중이다.

한호건설 측은 현 잠실종합운동장 전체 부지(17만9225㎡) 가운데 주경기장과 야구장,보조경기장 등을 남기고 수영장 학생체육관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대신 여기에 지하 5층~지상 121층 규모의 초고층 컨벤션센터를 건립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서울시 도시계획국 관계자는 "잠실 제2롯데월드(112층 · 555m) 건립이 사실상 허용된 상황에서 불과 2~3㎞ 떨어진 곳에 이보다 더 높은 초고층 빌딩을 세운다는 것은 이 일대 교통 사정 등을 고려할 때 곤란하다"며 "특히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가 이전하는 부지에도 비슷한 개념으로 개발이 추진 중이어서 당초 시행사의 제안대로 마구잡이식 초고층 건축을 허용해 줄 경우 이 일대가 지나치게 고밀화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88서울올림픽의 상징인 주경기장의 역사적 의미를 감안할 때 이와 어울리는 저층의 랜드마크형 건축물을 짓는 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많다"고 한호건설의 제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서울시는 일단 한국개발연구원(KDI) 산하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에서 진행 중인 타당성 분석 결과가 나온 이후 본격적인 검토를 할 방침이지만 현재로서는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것이 내부 의견이다.

서울시의 또 다른 관계자는 "구체적인 건축 계획 등은 추후 별도의 사업자 공모 등을 거쳐 확정되기 때문에 한호건설 측의 제안은 단순 참고용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시에 개발안을 제출한 한호건설은 1991년 창립 이후 주상복합 아파트,오피스텔,오피스 빌딩 등의 개발사업을 하고 있는 부동산 개발회사(디벨로퍼)다. 지난해 분양된 경기도 고양시 덕이동의 하이파크 시티(신동아 파밀리에)의 시행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하이파크 시티 분양가가 3.3㎡(1평)당 평균 1469만원으로 주변에 비해 높아 최근 정부의 양도소득세 50% 감면 조치에도 불구하고 추가 계약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