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강호 첼시가 사령탑 데뷔전을 치른 거스 히딩크(63) 감독의 `히딩크 매직'에 힘입어 애스턴 빌라전 `원정 징크스'를 털어내고 3위로 올라섰다.

첼시는 21일(한국시간) 밤 영국 빌라파크에서 열린 애스턴 빌라와 2008-2009 프리미어리그 26라운드 원정경기에서 니콜라 아넬카의 선제 결승골로 1-0 승리를 낚았다.

이로써 첼시는 15승7무4패(승점 52)를 기록, 애스턴(승점 51)을 끌어내리고 3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첼시는 최근 2승1무2패의 부진을 털어내며 선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승점 59)와 2위 리버풀(승점 54) 추격에 불씨를 댕겼다.

이날 첼시 사령탑 데뷔전을 치른 히딩크 감독은 프리미어리그 첫 승리를 신고했다.

반면 정규리그 13경기 연속 무패(9승4무) 행진 중이던 애스턴은 첼시에 일격을 당해 가파른 상승세가 한풀 꺾었고 올 시즌 첼시와 맞대결에서 2전 전패를 기록하며 4위로 내려 앉았다.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요청에 따라 러시아 대표팀과 첼시 감독직을 겸임하게 된 히딩크 감독이 처음 벤치를 본 이날 경기에서 첼시가 그동안 원정 9경기 연속 무승(6무3패)에 시달렸던 `무덤' 빌라파크에서 살아남았다.

히딩크 감독은 아넬카와 디디에 드로그바를 투톱으로 세우고 살로몬 칼루를 공격 2선에 배치하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중원에서는 프랭크 램퍼드와 미하엘 발락이 경기를 조율하고 `거미손' 페테르 체흐가 골문을 지켰다.

경기 시작 9분 만에 램퍼드의 대포알 같은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포문을 연 첼시가 공세를 수위를 높여갔다.

1999년 이후 10년 넘게 빌라파크에서 승리하지 못했던 첼시의 지독한 `애스턴 원정 징크스'를 격파한 선봉장은 `히딩크 마법' 덕에 오랜 득점포 침묵에서 깨어난 아넬카였다.

전반 19분 램퍼드가 오른쪽 페널티지역 외곽에서 수비수 2명을 제치고 스루패스를 찔러줬고 아넬카가 문전으로 달려들며 오른발로 마무리해 골망을 흔들었다.

왓포드와 FA컵 16강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했던 아넬카로서는 지난해 12월15일 웨스트햄전 이후 두 달 넘게 이어졌던 정규리그 골 가뭄을 해소하는 기분 좋은 시즌 15호 골이었다.

히딩크 감독도 선제골이 터지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먹을 불끈 쥐는 세리머니로 프리미어리그 첫 골 기쁨을 만끽했다.

반면 애스턴은 히딩크의 마법에 걸렸는지 전반 34분 애슐리 영의 수비벽 위를 낮게 통과한 날카로운 프리킥이 크로스바를 맞고 튕겨 나오는 `골대 불운'에 가슴을 쳤다.

애스턴은 후반 8분에도 가브리엘 아그본라허가 왼쪽 페널티지역에서 체흐와 1대 1로 마주하는 득점 찬스를 맞았지만 오른발 슈팅은 체흐의 거미손에 막혔다.

히딩크 감독은 후반 10분 칼루를 빼고 데쿠를 기용해 공.수 연결에 활기를 줬고 첼시는 애스턴의 막판 거센 공방에도 실점하지 않고 1점차 승리를 지켜내 지긋지긋하던 애스턴 원정 징크스에서 탈출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