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과 역할 확대'에 방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9일 정기총회에서 제32대 회장에 조석래 회장을 재선임함으로써 '조석래 2기' 회장단이 공식 출범했다.

이번 전경련의 정기총회에서 나타난 두가지 기조는 '안정'과 '저변 확대'이다.

우선 전경련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정기총회를 개회한 지 40여 분만에 이견 없이 조 회장을 재추대함으로써 '안정'을 꾀했다.

정병철 상근부회장이 연임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경련이 2007년 2월27일 열렸던 정기총회에서 내부 이견 때문에 회장 선출에 실패하고 20여 일 만인 같은 해 3월19일 조석래 회장을 추대하는 진통을 겪은 점을 감안하면 매우 순조롭고 신속하게 추대 절차가 진행된 것이다.

사실 조 회장은 첫 임기 2년 동안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데 주력해 상당한 성과를 거뒀고, 재계의 현안과 목소리를 정부에 가감 없이 전달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일찌감치 연임이 예견됐었다.

또 전례 없는 경제위기 상황을 맞아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각자 회사 경영에 여념이 없고,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인 조 회장만큼 정부와 재계의 가교 역할을 원만하게 수행할만한 인물이 없다는 점이 '대안부재론'을 대세로 만들었다.

재계 관계자는 "IMF 외환위기 당시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맡아서 재계를 아우른 전례가 있지만, 지금은 삼성, 현대기아차, SK, LG그룹 등 4대 그룹 총수들이 나설만한 조건이 안되는데다 조 회장이 정부와의 관계를 매끄럽게 조율해왔다는 일치된 평가가 있어서 무난하게 재추대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역대 전경련 회장들 가운데 이병철 초대 회장, 구자경 18대 회장, 손길승 28대 회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연임했다는 관행도 작용했다.

조 회장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고임금 구조 개선과 고용 유연성 제고, 일자리 나누기를 강조해 향후 전경련 등 재계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2년 전 첫 임기를 시작할 때 방점을 찍었던 규제 완화는 상당한 진전과 성과가 있었다는 판단에 따라 고용 문제에 집중할 것임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전경련은 또 이날 정기총회에서 허창수(61) GS그룹 회장과 강덕수(59) STX그룹 회장을 새 회장단에 참여시킴으로써 회장단의 숫자가 21명에서 23명으로 늘어났다.

허 회장은 2007년 12월28일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의 간담회에 참석한 것을 비롯해 재계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고, 강덕수 회장은 지난해 4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4차 한중재계회의에 주도적으로 참석하는 등 전경련 활동에 깊은 관심을 보여온 점이 감안됐다는 후문이다.

공정거래위가 집계한 재계순위에서도 GS그룹과 STX그룹은 각각 7위와 15위로, 재계의 본산인 전경련 회장단에 참여할만한 조건을 갖췄다.

또 최근 들어 전경련 회장단 회의 참석률이 떨어지는 등 활동력이 약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만큼 대기업 총수로서는 상대적으로 젊은 허 회장과 강 회장을 참여시켜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 관계자는 "전경련 회장단에는 한 재벌가에서 장자 격인 총수 한 명만 참여한다는 오랜 관행이 있는데 GS그룹과 STX그룹은 이런 전통에도 맞고, 업종 대표성을 고려했을 때도 적합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