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지난해 초 서울 청담동에 와인레스토랑을 차린 사업가 A씨는 인테리어에 1억원 이상 들였고 보증금,시설비 등 개점비로 총 4억~5억원을 쏟아부었다. 여기에 임대료,직원 월급 등으로 월 3000만원 이상 빠져나갔지만 한 달 매출은 1000만원에도 못미쳤다. 결국 A씨는 지난해 10월 10억여원을 날린 채 점포를 넘겼다.

#2.강남 B와인아카데미는 올 들어 수강생이 30% 이상 줄었다.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기업체에서 온 단체 수강생들로 정원을 초과할 정도였는데 요즘엔 와인 관련 창업희망자나 소수의 일반인들만 수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4~5년간 급성장했던 와인시장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불황의 여파로 소비가 줄어든 데다 기업의 접대 횟수도 눈에 띄게 줄면서 와인업계에선 아예 '빙하기가 왔다'는 표정이다.

와인시장의 불황은 경기를 타지 않는다는 청담동에서도 뚜렷이 확인된다. 골목마다 '임대' 현수막을 쉽게 볼 수 있다.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해 청담동에 30여개의 와인바 · 레스토랑이 있었지만 지금은 20개 정도만 남았고 그나마 20~30%는 매물로 나와 있다"고 말했다. 3곳 중 1곳은 문을 닫았다는 얘기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보통 권리금이 70평(231㎡) 이상은 2억~3억원,50평(165㎡)은 1억원 정도였지만 지금은 반토막 났다"며 "이마저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권리금을 포기한 급매물이 나왔을 정도"라고 전했다.

C와인레스토랑은 지난달 매출이 1년 전보다 30~40% 줄었다. 관계자는 "작년엔 하루 30테이블씩 찼지만 요즘엔 10테이블 미만"이라며 "특히 오후 9시 넘어 들르던 비즈니스맨들의 발길이 뚝 끊겨 '회사가 불황에 법인카드를 회수한다'는 말이 실감난다"고 말했다. 와인바에서 보통 10만~15만원짜리를 마시던 사람들이 요즘엔 4만원대 와인을 주문하는 것도 예전엔 없던 풍경이다.

백화점,대형마트 와인코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신세계백화점의 와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 줄었고,저가 와인을 파는 이마트도 2% 역신장했다. 신재성 신세계 주류바이어는 "와인은 경기를 많이 타는 데다 고환율로 와인 가격이 올 들어 평균 15%가량 인상돼 수요가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와인수입량은 2100t(750㎖ 기준 280만병)으로 전년 동월(3300t)보다 35.7% 줄었고,수입액은 1100만달러로 41% 감소했다.

최진석/이기주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