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운전기사 김형태씨 회고

"이동할 때나 사무실에 있을 때나 시간날 때면 언제나 책을 보고 계셨습니다.

항상 과묵하셨고, 남들에게 싫은 소리 한 마디 하지 않은 분이셨습니다.

"
30년 동안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발 노릇을 했던 김형태(70)씨. 김 추기경이 평소 "가장 가까운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30년 동안 내 발이 되어 준 운전사 김형태 형제"라고 답했던 바로 그 주인공이다.

1971년 가톨릭출판사에 입사한 김씨는 1978년 3월 25일부터 선종 직전까지 김 추기경의 차를 운전하며 그의 발 역할을 했다.

길게는 하루 온 종일, 짧게는 하루 수십 분씩 30년간 얼굴을 대면해 서로의 인생에서 3분의 1 이상을 함께 한 셈이다.

김 추기경은 김씨의 세 딸 결혼식에 모두 주례를 섰을 정도로 둘의 사이는 각별했다.

김 추기경은 결혼식 전 신랑과 신부를 직접 불러 이야기를 나누며 '추기경 김수환'이라는 친필 서명을 담은 성경책도 함께 건넸다고 한다.

이런 김씨가 기억하는 고인은 항상 책을 읽는 공부 벌레의 모습이었다.

"이동할 때나 사무실에 있을때나 언제나 책을 보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항상 고요히 말을 했고, 항상 소탈한 모습,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김씨는 "추기경님께서 평정이 흔들리는 모습을 30년간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추기경도 인간인 이상 고민도 많았을 것이다.

더구나 반독재 투쟁 등 시련과 고난을 겪으면서 시름을 덜어놓기 위해 여행이라도 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고인은 특별히 어디를 찾아가지 않았다고 한다.

좋아하는 곳도 싫어하는 곳도 없었다고 한다.

남을 탓하지도, 누구를 비난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저 책을 읽고, 기도 드리는 낙으로 살아갔었다고 김씨는 회고했다.

"별로 좋아하는 곳은 없었어요.

그저 성당 업무를 하시고 기도를 드리고, 틈만 나면 책을 읽었던 어른이셨습니다.

"
독서 이외에 산에 오르는 취미는 있었다고 한다.

김씨는 "젊은 시절엔 매주 북한산에 오르셨습니다.

산행을 정기적으로 하셨는데 혜화동 주교관으로 옮기신 후(1998년) 뜸해졌던 것 같습니다.

너무 바빠지셨거든요"라고 말했다.

그는 "특별한 말씀은 없었지만 언제나 따뜻한 분이셨다"고 회고하면서 "돌아가신 지 얼마 안되기 때문에 추기경님의 선종이 실감나지 않는다.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