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바마 정부의 경제수장인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지난주 잇따라 체면을 구겨야 했다.

그는 지난 11일 국내 금융안정대책을 발표했지만 주가가 4.6% 폭락하는 등 시장에서 싸늘한 반응을 받았다. 금융사 부실자산 인수를 위한 구체적인 내용을 내놓지 않아 당한 수모였다. 13일과 14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 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는 미 의회가 통과시킨 경기부양법안의 '바이 아메리칸' 조항을 문제 삼는 다른 회원국 대표들로부터 시달림을 당했다.

줄리오 트레몬티 이탈리아 재무장관을 비롯한 각국 재무장관들은 미국이 보호주의로 흘러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전임 부시 행정부에서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지낸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조차 1930년대 대공황 시절의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졸릭은 "바이 아메리칸 조항은 매우 위험하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가이트너는 또 기자회견장에서 재무부가 언제쯤 구체적인 금융안정대책을 내놓을지에 대한 질문 세례를 받았다. 그는 "광범위한 계획을 제시하기 위해 신속하게 행동하겠다"며 "효과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지난 인사청문회를 통해 "중국이 환율을 조작해 수출 분야의 이득을 얻으려 한다"고 중국 정부를 기세 좋게 비난했던 가이트너는 이번 회의에서는 태도를 슬그머니 바꿨다. "중국이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균형추 역할을 하고 있다"며 미 국채 최대 보유국인 중국을 마지못해 띄워줘야 했다. 앞서 가이트너는 인사청문회 직전 불성실한 세금 신고 문제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