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부동산 시장에 훈풍이 불까. 올해 마이너스 경제성장률 예측이 넘쳐나는 등 실물경기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에도 불구하고,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급매물이 소진되고,판교 신도시 중 · 대형 아파트가 수십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는 등의 사례를 들며 '바닥론'에 불을 지피기도 한다. 바닥론자들은 시장 회복 근거로 규제 완화와 금리 인하를 들고 있다. 현재 국내 주택시장에서는 이제 규제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풀렸다. 일각에서는 '과잉 완화' 우려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정부는 이제 규제 완화 단계를 넘어 본격 부양 정책을 내놓고 있다. 미분양 주택 매입시 양도세 한시 면제와 임대사업자 우대,담보대출 저금리 기조 등은 대표적인 부양책에 속한다.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는 한때 연 6.18%(2008년 10월24일)까지 치솟았다가 10일 현재 2.92%로 내려앉았다.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와 쏟아지는 부양책에 신경을 쓰면서 급매물 매입은 해볼 만하다"며 "다만 실물경기가 워낙 안좋기 때문에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라고 조언한다.

◆'3박자' 호재가 분위기 전환

작년 한 해 얼어붙었던 부동산 시장이 올 들어 '반짝 회복세'를 보인 이유는 '3박자' 호재가 맞물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박자 호재란 '전매제한 완화,양도세와 종부세 감면,저금리 지속'을 뜻한다. 전매제한 기간은 작년 12월 최장 3년까지 줄어들었고,다음 달부터는 2년씩 더 줄어든다.

세금 감면 영향도 컸다. 종합부동산세는 사실상 위헌 판결을 받아 명목만 유지하는 처지에 놓였다. 정부는 내년까지 한시적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도 깎아준다. 매매차익의 50%를 양도세로 내야 했던 2주택자에게는 일반세율(6~35%)로 과세하고,3주택자 이상인 경우도 60% 대신 매매차익의 45%를 매긴다. 파는 사람뿐만 아니라 사는 사람도 똑같은 혜택을 받는다.

금리 하락은 주택 수요를 늘리는 데 효과가 크다. 금리가 떨어지면 돈을 빌려 집을 사기가 쉬워지기 때문에 수요 증가 효과가 나타난다. 1억원을 대출받았을 때 금리가 3% 떨어졌다면,매월 25만원의 이자 부담이 줄어든다. 개발이익환수제도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재건축 규제도 사실상 전면 해제된 셈이다. 게다가 규제 완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3대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가 크다. 3대 규제란 분양가 상한제,강남권 투기지구 · 투기과열지역,미분양 아파트 양도세 과세 등을 일컫는다.



◆각종 통계들 악화일로 탈피

꽁꽁 얼어붙은 시장이 회복 기미를 보였다는 것은 지표들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정부 공인 통계를 집계하는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0월20일 '제로'를 기록했던 서울지역 매수세 우위지수는 2일 현재 2.2로 높아졌다. 한강 이남 지역은 3.1이었다. 매수세 우위가 높아지면 사려는 사람들이 행동에 나선 비율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가 조사한 이달 수도권 주택매수지수도 기준치(100)를 초과한 123.6을 기록했다.

집값 하락세도 진정되고 있다. 부동산114가 조사한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지난해 12월 셋째주 0.34% 떨어졌으나 올해 들어 2주 만에 0.05%로 반등에 성공한 뒤 한 주도 떨어지지 않았다.

◆급매물 아니면 눈길 주지 마라

문제는 아직까지 바닥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집값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고 매수에 나섰다가는 '수렁'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은데도 무리하게 매입에 나설 필요가 없다. 실수요자들 외에는 가급적 관망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실수요자들도 무조건 싸게 사는 전략을 펴야 한다.

전문가들은 "저가 매입이 아니라 일반 시세 수준에서 사는 것은 의미없는 일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급매물이 사라지면서 매도 호가와 매수 호가 차이가 크게 벌어졌지만 올해 경기가 어려워지면 급매물이 다시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때문이다.

상가 ·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은 금리 인하 호재가 반갑겠지만 경기와 직결되는 상품이기 때문에 추천 종목에 오르지 못했다. 토지 시장은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당분간 '빙하기'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 경제상황이 안좋은데 부동산 시장만 호황을 누린다는 것은 난센스"라며 "낙폭 과다에 따른 기술적 반등에 일희일비 하지 말고 시간적 여유를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