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은마 '반짝상승'이 경매 실수였다니…
서울의 대표적 재건축 예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지난주 집값이 갑자기 작년 말보다 1억6000만원 이상 올랐다는 소식에 단지 전체가 술렁였다. 최근 법원 경매에서 102㎡(31평)형이 9억원대 가격에 낙찰됐다는 것이다. 은마아파트 소유자들은 작년 말 102㎡형의 실거래가가 7억4000만원대로 급락했는데 강남 투기지역 해제 방침 등 호재로 호가가 8억5000만원까지 오른 데 이어 본격 상승하는 게 아니냐는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나 낙찰자가 주택 크기를 착각,가격을 잘못 써내는 바람에 벌어진 해프닝으로 밝혀졌다. 1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102㎡형이 지난달 28일 법원 경매에서 9억777만7777원에 낙찰됐다. 최초 감정가는 9억9000만원이었으나 1회 유찰로 인해 20% 떨어진 7억9200만원에 경매가 시작됐다. 낙찰자는 102㎡(31평)형을 112㎡(34평)형으로 착각해 가격을 잘못 써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은마상가 내 A공인 관계자는 "30대 여성으로 보이는 낙찰자가 '해당 경매물건이 112㎡형이 아니었느냐'는 황당한 문의를 해 왔다"며 "특히 해당 아파트는 바로 길 옆에 있어 같은 102㎡형 중에서도 가격이 가장 낮은 물건"이라고 말했다. 1일 현재 102㎡형의 호가는 8억5000만원 선.그러나 이 가격에도 매수자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 같은 실수는 ㎡와 평,공급면적과 전용면적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기초 지식이 부족했던 데다 현장 검증조차 하지 않고 무턱대고 입찰에 참여했던 낙찰자의 부주의 때문으로 보인다.

A공인 관계자는 "현장에 한 번만 와서 공인중개사에게 문의했더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초보적인 실수"라며 "낙찰금액의 10%(9070여만원)를 보증금으로 이미 냈기 때문에 경매를 포기하지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B공인 관계자도 "법원 경매에서 9억원이 넘는 가격에 낙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일대 집주인들의 기대감만 더 높아져 거래가 아예 실종되는 현상이 벌어졌다"며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부동산 시장이 요동칠 만큼 현재 상황이 불안하다는 방증"이라고 전했다.

실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시장은 강남 투기지역 해제가 임박했다는 소식 등으로 가격이 상승했다가 설 연휴 이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강남구 개포주공 1단지는 설 연휴 전부터 거래가 사실상 사라지면서 지난주 들어 호가가 2000만~3000만원가량 떨어졌다. 56㎡(17평)형의 경우 규제완화 기대감으로 최근 11억원까지 호가가 올랐지만 설 이후 10억7000만~10억8000만원으로 주저앉았다. 9억원을 호가했던 49㎡(15평)형도 현재 8억7000만~8억8000만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이형관 개포동명공인 대표는 "강남권에 대한 부동산 규제 추가 완화와 한강변 초고층 재건축이 가시권에 들면서 집주인들의 기대감이 달아올랐지만 호가가 단기간 급등한데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아 매수세가 따라붙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또 "매수 문의가 간혹 들어오고 있지만 대부분 지난해 말 저점 수준의 싼 매물만 찾고 있다"면서 "아직도 매도자와 매수자 간 호가 차이가 커 가격이 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