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오바마 정부가 추진하는 경기부양책과 은행 구제금융 계획 등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특히 배드뱅크 설립 등 정부의 금융권 구제책이 구체화되면 위축된 투자심리가 다소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금요일 자산 매입 기준 등의 문제로 배드뱅크 설립 계획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CNBC의 보도가 나가자 뉴욕 증시 투자자들은 불안해 하는 모습이었다. 그만큼 투자자들은 은행의 부실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필라델피아에 있는 글렌메드트러스트의 로버트 시워트 포트폴리오매니저는 마켓워치에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미국이 직면한 큰 문제가 은행시스템의 지급 능력 여부와 곤두박질치는 부동산 시장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 정부가 은행시스템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안을 내면 기업실적 악화 등의 악재를 딛고 시장이 반등할 수 있는 계기를 찾을 것이란 전망이다.

지금까지 S&P500지수에 포함된 기업 중 40%가량이 실적을 발표했다. 전체적으로 작년 4분기 실적이 35%가량 급락하는 등 실적 전망을 밑도는 기업들이 속출했다. 이번 주에는 다우존스지수에 포함된 머크 크래프트푸드 월트디즈니 등을 포함해 100여개사가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빌 그라이너 UMB자산운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수익 발표치보다 기업들이 내놓는 실적전망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S&P500 편입 기업 중 38개사는 실적전망을 하향 조정했다고 발표한 반면 8개사만이 1분기 실적이 당초 예상을 웃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적전망과 함께 기업들의 대규모 감원 발표가 이어지면서 실업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노동부는 오는 6일 1월 실업률을 발표한다. 전문가들은 1월 중 52만~54만명가량의 일자리가 줄어들어 실업률이 7.5%로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 노동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실업통계에 따르면 현재 실업수당을 받는 실업자가 477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고용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67년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실업사태가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에만 52만4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며 미국 실업률은 7.2%로 치솟았다. 작년 한 해 동안 26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실업자가 1000만명을 넘고 있다.

경기 상황과 관련,3일 발표되는 1월 자동차 판매실적이 투자심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에서 구제금융을 받은 GM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0%가량 판매가 감소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포드와 크라이슬러는 40%,50%씩 감소하고 도요타는 30%가량 차 판매가 줄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주택시장 흐름을 가늠해볼 수 있는 통계로는 3일 발표되는 12월 잠정주택판매지수가 있다. 잠정주택판매란 주택의 매매계약이 성사됐지만 대금 지급 등 거래가 완결되지 않은 상태를 뜻한다. 거래가 완료될 때까지는 통상 1~2개월 정도 걸리기 때문에 주택시장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 모기지 금리가 낮아진 상황에서 주택 거래가 회복세를 보일지 주목된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