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홍준표 이견..'문책론' 연일 대두

한나라당이 경찰청장 내정자인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의 거취 문제를 놓고 파열음을 계속 내고 있다.

용산사고의 대처 방식을 놓고 `선(先) 진상규명.후(後) 책임추궁'이란 당론에 맞서 내부에서 `조기 문책론'이 연일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당 일각에서는 용산사고 대책과 인사청문회, 쟁점법안 처리 등 산적한 현안이 쌓인 2월 임시국회를 코 앞에 두고 사고책임을 둘러싸고 당 지도부가 `적전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한나라당의 `양축'인 박희태 대표와 홍준표 원내대표가 용산사고의 대책과 민심 기류에 대한 인식차가 갈등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박 대표는 사건 발생 직후 `선 진상규명'이란 일관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홍 원내대표는 줄곧 김 청장의 조기 퇴진을 주장하고 있는 것.
박 대표는 29일 PBC라디오에 나와 홍 원내대표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정무라는 말이 요새 흔히 쓰이는데 결국 정치책임을 묻는다는 말이 아니냐"고 반문하며 "요새 갑자기 정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는 홍 원내대표가 전날 "형사책임을 묻는 것과 별개로 관리책임을 물어야 할 경우도 있다"며 "한 조직의 수장이고 리더라면 발생한 결과에 대한 관리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힌 데 대한 반박인 셈이다.

박 대표는 "사건만 났다면 지휘자 목 떼어놓고 조사한다는 식으로 처리하는 게 옳은 것인지 동의할 수 없다"며 "무조건 사고나면 `너 책임지라'고 한다면 공권력이 과연 효율적으로 집행되겠느냐"고 했다.

공성진 최고위원도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 "검찰수사와 별도로 (김석기 경찰청장의) 경질 여부를 이야기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박 대표에 힘을 보탰다.

그는 야당의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 경질 주장에 대해서도 "검사가 기소를 잘못했다고 법무장관이 책임지지 않는다"면서 "수사결과가 나오기 전에 장관 파면 운운은 전형적인 정치공세"라고 일축했다.

반면 전날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박 대표에게 발언 기회를 저지당한 남경필 의원은 CBS라디오에 나와 "대통령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김 청장의 문책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번 사고는 불법시위를 근절해야 한다는 가치와 불법시위를 진압하되 무리한 공권력 행사로 인명피해가 나는 것을 방지하자는 가치가 부딪쳐 난 참사"라며 "나는 후자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당직자는 "2월 임시국회에서 인사청문회와 쟁점법안 처리 등 갈 길이 먼데 당 지도부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고민"이라며 "특히 당 대표와 원내대표간 갈등을 보이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토로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기자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