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토지시장은 일반인들의 관심에서 크게 멀어졌던 한 해로 꼽을 만하다.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겹친 데다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60%)도 여전해 땅을 사고 팔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파트 재개발 지역 땅값도 주택경기 위축과 토지거래허가제 등으로 약세를 면치 못했다. 연초 정부의 대운하 개발에 따른 후광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격이 올랐던 지역도 반짝 장세에 그쳤을 뿐 약세를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물론 경제자유구역 개발 호재가 있는 인천 지역 땅값이 상대적으로 오른 점이 눈에 띄었고 준공업지역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돼 관심을 모았지만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했다.

국토해양부가 지난 26일 발표한 '11월 지가동향 및 토지거래량'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땅값이 전달보다 1.44% 떨어졌다. 전국 땅값 변동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00년 4분기(-0.46%) 이후 처음이다. 전국 16개 시ㆍ도(광역자치단체)의 땅값도 외환위기 때인 1998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모두 떨어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내외 경기침체와 부동산시장 냉각이 본격적으로 토지시장에 영향을 주면서 9월까지만 해도 상승세를 보였던 수도권 땅값이 본격적으로 내림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토지시장은 내년에도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대한건설협회 산하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설립 이후 처음으로 "땅값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내년 지가 하락률은 5% 이내로 추정되지만 내년 하반기께로 예상되는 경기 회복이 더뎌지면 10%까지 추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토지가격 약세를 점치는 곳은 연구원뿐만 아니다. 토지 중개업계 관계자는 "특히 내년 상반기엔 경기 침체가 깊어질 가능성이 커 기업들이 투자를 미루게 되면 토지 가격 하락 및 거래량 감소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아무리 장기투자 목적으로 토지 매입을 한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시장이 약세를 보인다면 투자를 미루는 게 상책"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컨설팅 JMK플래닝 진명기 사장도 "경기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방안이 잇따라 나오면서 향후 비업무용 토지 소유자들을 대상으로 한 양도세 중과 방안이 풀릴 것이란 기대감이 일부 조심스럽게 형성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시장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 당분간은 관망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다만,내년에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등 규제완화 대상지역을 중심으로 토지시장이 다소 활기를 띠는 곳이 나올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정부는 행정중심복합도시,혁신도시 등 총 1만9158㎢(국토면적의 19.2%) 규모로 묶여 있는 토지거래허가구역 가운데 일부를 선별적으로 해제한다는 구상이다.

정부가 2020년까지 최대 308㎢를 해제할 개발제한구역 해제 대상지역 주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한광호 나비에셋 부동산연구소장은 "토지 규제 해제 대상이 되는 지역 중 가격이 다른 지역에 비해 저평가된 곳과 각종 개발로 보상금이 풀리는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경기 성남ㆍ하남의 위례(송파)신도시 인근 지역의 땅값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호진 기자 hj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