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사태로 2년 가까이 미뤄졌던 방글라데시 총선거가 29일 시행된다.

방글라데시 선거관리위원회는 29일 전국 300개 선거구에서 8천100만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일제히 투표를 실시하며, 모두 300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이번 총선에 1천500여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지난 2년간 과도정부 체제하에서 부패 등 혐의로 투옥됐던 세이크 하시나와 베굼 칼레다 지아 등 두 전직 여성 총리 중 누가 재집권할지 여부다.

지난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총리를 지낸 하시나는 자신이 총수로 있는 아와미연맹(AL), 1982년 쿠데타를 일으켰던 후사인 무하마드 에르샤드의 자티야당, 노동자당, 국가사회주의자당(JSD) 등과 연대해 출사표를 던졌다.

또 방글라데시민족주의자당(BNP)를 이끌고 1991∼1996년, 2001∼2006년 두차례 집권했던 지아 전 총리는 이슬람 정당 연합체인 자마트-에-이슬라미(JeI), 이슬람연대전선(IOJ), 방글라데시자티야당(BJP) 등과 4당 연대를 구성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방글라데시는 애초 지난해 1월 총선을 치를 예정이었지만 선거를 둘러싼 거대 정당 간의 갈등과 이에 따른 폭력사태로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당시 폭력사태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중립성에 대한 야당의 문제제기에서 비롯됐다.

선관위원장을 비롯한 선관위 간부들이 막 임기를 마친 베굼 칼데라 지아 전 총리의 방글라데시 민족주의자당(BNP)과 내통하고 있기 때문에 공정한 선거관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야당연합의 주장이었다.

세이크 하시나 전 총리가 이끄는 아와미리그와 13개 좌파정당의 연합체인 아와미연맹은 친(親) BNP 성향의 과도정부를 믿지 못하겠다면서 총선 불참을 선언했고, 야권 주도의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면서 총선은 무기한 연기됐다.

이런 굴곡을 거친 방글라데시의 민심이 과거 반정부 시위를 주도했던 하시나 전 총리의 아와미연맹과 야당연합에 기울어 있는 만큼, 이번 총선에서도 하시나 측의 승리가 예상된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지난 8월 비상사태하에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하시나의 아와미연맹이 4개 시(市) 시장선거를 모두 휩쓸고, 9개 자치단체 가운데 8곳에서 승리한 것이 최근의 민심을 반영한 결과라는 것.
그러나 하시나측의 승리로 총선이 마무리되면 다시 한번 결과 불복과 폭력 사태가 재발할 우려도 있고, 선거 방해 목적의 테러도 예상된다.

실제 방글라데시 경찰은 선거를 앞두고 테러 목적으로 추정되는 폭탄 40개를 수거했고 10여 명의 테러 용의자를 검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총선을 앞둔 지난 17일 국가 비상사태를 해제했던 과도정부는 5만명의 군 병력과 60만에 이르는 경찰을 투표소에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또 국제사회가 파견한 2천 명의 옵서버를 비롯해 총 20만명 이상의 총선 감시단원들이 투·개표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한다.

한국도 아시아태평양 민주주의 협력체(APDP) 의장국으로서 참관단을 파견했다.

(뉴델리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