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전국 1.4%, 서울 2.7% 빠져
거래 건수도 작년보다 38% 급감

국내외 경기침체와 집값 하락 여파로 전국 땅값이 8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거래량도 꽁꽁 얼어붙었고 별다른 호재도 없어 땅값 하락세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국토해양부가 26일 공개한 '11월 지가동향 및 토지거래량'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땅값이 전달보다 1.44% 떨어졌다. 전국의 땅값 변동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00년 4분기(-0.46%) 이후 처음이다.

◆수도권발 땅값 하락 본격화

지난달 지가 동향을 보면 전국의 땅값 하락세가 본격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16개 시ㆍ도(광역자치단체)의 땅값이 모두 떨어졌다. 땅값 변동률은 2004년까지는 분기별로 산정했다.

올 들어 전국 땅값은 새 정부가 규제를 대폭 완화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지난 4월엔 0.5%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후 오름세가 둔화돼 5월 0.48%,6월 0.47%,7월 0.42%,8월 0.42%,9월 0.32%,10월 0.04% 등으로 6개월 연속 상승률이 둔화됐고 지난달에는 결국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특히 수도권의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지난달 서울 땅값은 10월보다 2.72% 떨어져 전국 16개 시ㆍ도 가운데 하락률이 가장 컸다. 지난 10월 8년 만에 0.24%의 하락세로 돌아선 뒤 11월에는 낙폭을 키웠다.

용산구의 경우 용산민족공원 조성과 한강로 일대 개발 계획 등에 힘입어 올 상반기에만 7.68%(작년 말 대비) 상승했지만 지난달에는 3.47%나 빠졌다. 이는 서울은 물론 전국에서 가장 큰 낙폭이다.

강남구(-3.02%) 서초구(-3%) 동대문구(-2.92%) 중랑구(-2.79%) 양천구(-2.73%) 강동구(-2.70%) 서대문구(-2.67%) 마포구(-2.67%) 강서구(-2.65%)등의 하락 폭도 컸다.

수도권 신도시 조성과 송도ㆍ청라지구 개발 등 각종 호재를 앞세워 상승세를 이어갔던 경기(-1.33%)와 인천(-0.40%)지역 땅값도 올 들어 처음으로 떨어졌다. 인천은 10월만해도 0.58% 오르면 전국 땅값 상승률 1위에 올랐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9월까지만 해도 상승세를 보였던 수도권 땅값이 내림세로 돌아섰다는 게 특징"이라며 "국내외 경기침체와 부동산시장 냉각이 본격적으로 토지시장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전국 249개 시ㆍ군ㆍ구(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전달보다 땅값이 오른 곳은 부산 강서구(0.19%),경남 고성군(0.19%),경남 거제시(0.17%),경남 사천시(0.15%),전남 여수시(0.11%) 등 13곳(5.2%)에 불과했다. 그마나 이들 지역도 땅값이 올랐다기보다는 보합세 정도에 그쳤다.

◆거래량도 급감

지난달 전국 토지 거래량은 총 14만8800필지,면적은 1억5663만1000㎡로 조사됐다.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 필지수는 38.4%,면적은 34.2% 각각 감소했다. 전달에 비해서도 각각 22.3%와 14.8% 줄었다.

용도지역별(필지수 기준)로는 상업지역이 전년 동월보다 절반 이상(52.3%) 거래량이 감소했다. 공업지역(-44.8%)과 주거지역(-43.9%)의 거래량도 급감했다. 지난달 토지거래량은 필지수 기준으로 2001년 2월(13만7864필지) 이후 7년9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이 실물경제에 타격을 주면서 주택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기에 덜 민감한 토지시장까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며 "앞으로 땅값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