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당 2457만원… 강남구 이어 10년만에 2위로

서울 용산구가 강남구에 이어 10년 만에 집값 2위로 등극했다. 강남권 3개구 가운데 올초 송파구,최근에는 서초구까지 앞지른 결과다. 강남권 집값이 여전히 가파른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어 용산이 향후 강남구까지 추월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24일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현재 용산구 아파트 값은 3.3㎡당 평균 2567만원을 기록,2550만원인 서초구를 앞섰다. 이는 강남구(3147만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용산구가 3.3㎡당 평균 2457만원으로 서초구(2743만원)에 비해 286만원 낮았으나 지난 1년 동안 용산구는 110만원 오르고 서초구는 193만원 떨어지면서 역전됐다. 앞서 4월에는 송파구가 2504만원으로 지난해 말(2530만원) 대비 26만원 하락해 같은 기간 2457만원에서 2509만원으로 52만원 오른 용산구에 추월당했다.

용산구가 집값 2위에 오른 것은 10년 만에 처음이다. 또 다른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용산구 집값은 1993년까지 강남권 3개구보다 높았으나 1994년 강남구에 추월당한 데 이어 1998년에는 송파구,2000년에는 서초구에 역전당했다. 그러나 이후 미군기지 이전,용산 역세권 개발,한남뉴타운 등 호재가 이어지면서 가파른 상승을 기록했으며 부동산 경기침체가 본격화한 올해에도 소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용산 집값 '나홀로 상승'…서초구 앞질렀다
반면 서초.송파구는 2006년 말까지 상승세를 지속하다 지난해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올 들어서는 실물경제 침체 및 잠실.반포동 일대 재건축 대단지 입주로 급락하면서 잇따라 용산구에 추월당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용산구 집값은 2.05% 올랐지만 강남구는 9.83%,서초구는 8.57%,송파구는 13.72% 내렸다.

개별단지별로는 용산구 한강로3가 '시티파크1단지' 3.3㎡당 평균 가격이 지난 1월 3299만원에서 이달 현재 3310만원으로 오르면서 같은 기간 3344만원에서 3215만원으로 떨어진 서초구 반포동 '한신15차'를 앞질렀다. 송파구 가락동 '시영1차'도 4225만원에서 3125만원으로 급락하면서 시티파크1단지 가격 아래로 내려왔다.

일각에서는 용산구에 개발호재가 줄을 잇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강남구를 따라잡을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용산구 일대에서는 각종 개발 청사진이 마련돼 있는 곳만 줄잡아 전체 면적의 3분의 1에 달하는 760만㎡(230여만평)에 이른다. 남산 아래쪽에 자리잡은 미군기지 이전 터에만 여의도 면적과 맞먹는 260만여㎡(약 81만평) 규모의 용산민족공원이 2015년이면 1단계로 개장한다. 용산역 철도정비창 부지와 서부이촌동 한강변 일대 56만㎡에 최고 620m 높이의 150층짜리 초고층 랜드마크 빌딩과 국제여객터미널 등을 조성하는 국제업무지구 사업도 주목된다.

그러나 용산구와 강남구 간의 3.3㎡당 평균 가격이 아직도 600만원가량이나 차이나는 데다 최근 용산 역시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라 집값이 떨어지고 있어 회의적인 전망도 만만찮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집값이 0.34% 떨어진 가운데 용산구는 0.06% 하락했다. 아직까지 집값 하락폭은 크지 않지만 뒤늦게 강남과 같은 급락세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더해 강남권이 내년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될 경우 서초구와 송파구가 오히려 용산구를 다시 추월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용산구 집값은 현재가치보다는 미래가치가 대거 반영된 만큼 향후 개발사업의 추진 정도에 따라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그동안 지분쪼개기 등에 의한 거품도 있어 보이는 만큼 '제1부촌'으로의 등극이 쉽지 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