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인근 월 임대료 두달새 최고 16% 빠져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부동산 경기 침체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던 서울 및 수도권 오피스텔 임대료까지 하락세로 돌아섰다. 오피스텔은 그동안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임대수익과 시세차익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틈새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임대수익이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이 점점 외면하는 분위기다.

19일 현지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오피스가 몰려있고 역세권으로 임대 수요가 꾸준했던 서울의 강남역(지하철2호선) 인근 일부 소형 오피스텔은 최근 1~2개월 사이에 월 임대료가 최대 15만원 이상 내렸다.

서초구 서초동 D공인중개 관계자는 "교보타워 사거리 근처 디오빌 오피스텔 56㎡(17평)짜리는 올해 7.8월에 월세 90만원(보증금 1000만원) 이상을 줘야 했으나 지금은 최고 16.7% 빠진 75만원 선이면 구한다"며 "경기가 위축되면서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학생 수요가 값싼 원룸이나 고시원 등으로 대거 빠져나간 게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강북 오피스텔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마포구는 광화문.여의도 등으로 출퇴근하기가 편해 임대 수요가 많은 지역이지만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마포구 도화동 H공인중개 관계자는 "한화오벨리스크 오피스텔 52㎡(16평)형은 올 여름만 해도 월세 75만~80만원(보증금 1000만원)을 주고서도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있었으나 지금은 월세 70만원 선에도 수요를 찾기가 쉽지 않다"며 "최근 계약을 갱신하는 임차인들도 월세를 5만원 이상 내려 재계약했다"고 말했다.



분당도 예외는 아니다. 소형.대형 오피스텔이 골고루 몰려 있는 분당 정자동 일대도 소폭이나마 임대료가 빠지고 있다. 정자동 E공인중개 관계자는 "주거용 오피스텔임을 숨기기 위해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 조건에서만 임차인을 구하는 집주인들도 수요가 줄다 보니 월세를 5만원가량 깎아주면서 전입신고 안하는 조건을 내건다"며 "실질적으로 임대료가 빠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임대 수요가 줄다 보니 오피스텔 매매가도 오름세가 주춤해졌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 지역 오피스텔 매매가 상승률은 올 6월 이후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서울의 경우 △6월 0.18% △7월 0.16% △8월 0.11% △9월 0.09% △10월 0.02% △11월에는 0%로 떨어졌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이달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한 임대료 하향 조정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오피스텔은 최근 2~3년간 공급이 줄면서 임대수익과 시세차익을 동시에 노리는 투자 수요로 인해 매매가와 임대료가 동반 상승했다"며 "그러나 공급 부족이 어느 정도 해소됐고 오피스텔은 특히 경기에 민감한 수익형 부동산이어서 불황기 임대수익 감소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박합수 국민은행 PB팀 부동산팀장도 "부동산 경기가 워낙 침체되다보니 오피스텔 투자를 문의하는 고객은 거의 없다"며 "굳이 포트폴리오 구성 차원에서 투자를 고려한다면 정상적인 매매시장보다는 경매에서 시세보다 20~30% 이상 싸게 나온 물건을 노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호진 기자 hj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