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산운용사 통해 투자

미국 월가의 다단계 금융사기 사건으로 피해를 본 '페어필드 센트리' 등에 투자한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피해 경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금융기관과 사학연금 등이 '페어필드 센트리'나 '파이오니아 프리모' 등의 헤지펀드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금액은 총 9천510만달러(약 1천300억원 정도)로 잠정 집계됐다.

기관투자가들은 국내 자산운용사들에 운용을 맡긴 펀드를 통해 '페어필드 센트리'에 투자한 규모가 12일 기준 4천500만달러(약 600억원 정도) 가량으로 추정됐다.

운용사별 펀드의 투자규모는 ▲한국투신 331억원 ▲삼성투신 89억원 ▲한화투신 80억원 ▲하나UBS자산운용 65억원 등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 중 사학연금은 한국투신과 하나UBS자산운용에 설정한 사모펀드 등을 통해 각각 59억원과 65억원의 자금을 '페어필드 센트리'에 투자됐다고 밝혔다.

대한생명은 해당 헤지펀드 등에 3천만~5천만달러를 직접 투자하고 자산운용사의 1~2개 펀드를 통해서도 간접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은행과 증권사는 이번 금융사기 사건에 연루되지 않았다.

'페어필드 센트리'는 1991년부터 운용된 60억달러 규모로 헤지펀드로, 이번 사기극이 드러나기 전까지 연 8~10%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려 국내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파이오니아 프리모' 등의 헤지펀드에도 투자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지난 11일 500억달러 규모의 폰지사기(Ponzi Scheme,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서 나중에 투자하는 사람의 원금으로 앞사람의 수익을 지급하는 다단계 사기수법) 등의 혐의로 버나드 매도프 전 나스닥증권거래소 회장을 체포했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주로 투자한 헤지펀드 '페어필드 센트리' 등의 헤지펀드는 버나드 매도프 전 회장이 설립해 운영해온 '버나드 매도프 LLC'란 증권사에 투자 자문과 주식 매매 등을 맡겼다 피해를 봤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다수 기관투자가들이 자산운용사에 사모펀드 등을 설정해 투자했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는 없다"며 "해당 기관투자가들은 자금 회수 가능성 등을 점검하며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김호준 기자 indigo@yna.co.kr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