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증권 매각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박용석 검사장)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및 뇌물공여 혐의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해 11일 오전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최재경 대검 수사기획관은 "사안이 중대하고 도망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의 구속 여부는 12일 오후 3시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 홍승면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이날 밤 늦게 결정될 예정이다. 박 회장은 2005년 세종증권과 휴켐스 주식을 차명거래해 양도소득세 수십억원과 홍콩법인에서 차명으로 받은 배당이익의 소득세 290억원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농협의 자회사인 휴켐스 인수를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정대근 당시 농협회장에게 20억원을 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박 회장이 정 전 회장에게 세종증권 인수에 대한 미공개 정보를 얻어 이 주식에 투자해 시세차익 200억원대를 올린 혐의는 계속 수사키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미공개 정보이용 의혹은 이번 수사의 단서가 됐던 중요한 혐의이기 때문에 박 회장의 신병이 확보되면 이 부분을 집중 추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휴켐스가 헐값에 박 회장에게 매각됐다면 정 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박 회장을 공범으로 형사처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수부는 이를 위해 자산관리공사(캠코)의 인수ㆍ합병(M&A) 전문가를 불러 휴켐스 M&A 과정의 옵션 적법성과 적정성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검찰은 태광실업 계열사인 정산개발로부터 김해와 진해의 아파트 건설부지를 넘겨받아 300억원대의 차익을 남긴 아파트 시행사 두 곳이 박 회장의 위장회사인지 수사 중이며 이 정황이 사실로 드러나면 횡령과 배임 혐의로 처벌할 방침이다.

지난 10일 검찰에 출석해 15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밤 11시께 귀가한 박 회장은 세종증권과 휴켐스 주식 차명거래로 인한 세금포탈과 휴켐스 인수 전에 정 전 회장에게 20억원을 준 부분만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정 전 회장이 돈 쓸 곳이 많은 것 같아 줬다"며 "휴켐스 인수를 도와달라고 직접 말하진 않았지만 내심 그런 생각은 있었으며 남해화학 인수 추진과는 무관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은 또 미공개 정보이용 주식거래와 홍콩법인을 통한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서는 준비한 자료를 바탕으로 적극 부인했으며 아파트 시행사 두 곳은 본인의 위장회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