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년간이나 서울시청을 내집 드나들 듯하며 담당 공무원들을 괴롭혀 왔던 한 민원인이 결국 백기를 들었다.

서울시는 25년 전 사기당한 '철거민 딱지'(철거민 보상을 위해 제공되는 신규 택지지구 내 아파트 특별분양권)를 시에서 보상해 달라며 줄기차게 제기해 온 박모씨(67ㆍ여)의 민원이 특별분양권 지급으로 해결됐다고 5일 밝혔다.

박 씨는 1983년 철거민 딱지 2장을 브로커를 통해 한 장은 본인 이름으로,다른 한 장은 친척 명의로 1260만원을 주고 샀다. 그러나 박씨 명의의 딱지는 이미 다른 사람에게 명의가 넘어가 분양권을 받을 수 없는 이른바 '물 딱지'로 판명됐다.

친척 명의로 산 딱지 역시 또다른 권리자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박씨는 이 가운데 친척 명의의 딱지에 대해서는 다른 권리자로부터 700만원을 추가로 주고 정상적인 권리를 확보했다.

하지만 박씨는 친척 명의의 정상적인 딱지를 사용하지 않은 채 사기를 당해 권리행사를 할 수 없는 자신의 물딱지에 대해서도 분양권을 인정해 달라는 민원을 줄기차게 제기했다. 서울시가 이를 거부하자 박씨는 25년간 매주 2~3차례씩 청사를 돌며 공무원들을 괴롭혀 왔다.

급기야 지난 4월 철거민 특별분양제도가 폐지되면서 박씨의 정상적인 딱지마저 사라질 위기에 몰렸다. 이를 딱하게 여긴 공무원들이 정상적인 딱지라도 사용해 특별분양을 신청하라고 설득했고 이를 박씨가 수용한 것.서울시 관계자는 "25년간 끌어온 민원이 서울시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고도 해결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