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 '대우월드마크' 1순위 청약 고작 4명

서울 강북권 분양시장이 '빈사상태'에 빠졌다. 강북권은 투자보다 실거주 목적의 수요가 많아 전국을 휩쓸고 있는 미분양 한파에도 비교적 양호한 분양 성적을 보여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예전의 인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분양권 전매 제한 완화 및 대출 규제 완화도 '약발'이 듣지 않았다. 분양권 거래 허용 소식이 전해진 이후 공급된 아파트 가운데 용산구 신계동 e-편한세상을 빼면 이렇다할 성과가 없다.

3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두산건설이 2순위 청약을 마친 은평구 신사동 두산위브는 82가구 분양에 6명이 신청하는 데 그쳤다. 청약경쟁률은 0.07 대 1이다. 같은 날 1순위 청약을 진행한 강북구 미아뉴타운 두산위브도 공급 물량(130가구)의 30%인 39건만 접수됐다. 강북권 뉴타운에서는 이례적으로 낮은 경쟁률이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만 해도 청약열기가 제법 느껴졌지만 가을 들어서 급속히 식어버렸다"며 "분양시장이 완전히 죽어버리기 전에 정부가 지원책을 더 내놨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마포구 신공덕동 대우월드마크마포는 1순위 청약에서 132가구 모집에 고작 4명이 신청했다. 용산 개발 후광효과가 예상되는데다 마포 집값 하락세가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청약통장 소유자들이 매력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양이 도봉구 도봉2동에서 입주자를 모집한 한양수자인 아파트(73가구)는 2순위까지 단 1건의 청약신청도 들어오지 않아 '청약률 제로'를 기록했다가 3순위에 85명이 신청하면서 겨우 체면치레를 했다.

강북권 분양시장은 지난 10월부터 쇠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10월 청약접수를 받은 성북구 석관동 신동아파밀리에가 54가구 모집에 65명이 신청해 겨우 미달을 면했고 개발 호재가 풍부한 용산신계 e-편한세상만 평균 1.88 대 1로 미달 공포에서 벗어났을 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미달이다. 은평구 불광동 북한산힐스테이트는 0.59 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였으며 중구 회현동 남산롯데캐슬 아이리스 역시 0.75 대 1에 불과했다.

분양 성적이 신통치 않자 건설사들은 강북권에서조차 청약접수 사실을 알리지 않는 이른바 '깜깜이 분양'에 나서고 있다. 순위 내 청약 참패 이야기가 시장에 돌면 예비 수요자들의 외면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에 아예 분양 내용을 숨겨 언론과 세간의 관심을 멀어지게 한 다음 미분양 상태에서 차근차근 팔아보려는 전략이다.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에서 자주 발견됐지만 강북권에서는 드문 일이었다.

전문가들은 강북권 집값 상승곡선이 이미 꺾였고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청약 미달사태가 자주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 김규정 차장은 "주택경기가 여전히 불확실해 수요자들이 청약에 나설 때 부담이 굉장히 크다"며 "강북지역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최근 정부가 내놓은 전매 제한 기간 축소 등 규제 완화 대책은 시장이 좋을 시기에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요즘 상황을 고려하면 별 효과를 보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