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차명계좌 등으로 3억~4억 수수 물증 확보"
농협.NH증권 압수수색 … 박연차 회장 이틀째 조사

'세종증권 매각 비리'를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박용석 검사장)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에 대해 2일 오후 늦게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또 농협과 NH투자증권(옛 세종증권)을 압수수색했다.

최재경 대검 수사기획관은 "노씨를 조사하고 증거를 대조해 검토한 결과,세종증권이 농협에 인수되도록 도와준 대가로 금품을 받은 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 이유가 많고 사안이 중대하며 도망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영장청구 사유를 설명했다. 법원은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노씨에 대한 심문용 구인영장을 발부했으며 4일 오전 10시 30분에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구속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노씨는 2005년 6월 노 전 대통령의 고교 동창인 정화삼 전 제피로스골프장 대표(구속)와 동생 광용씨(구속) 형제로부터 "농협이 세종증권을 매입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청탁을 받고 세종증권의 대주주인 세종캐피탈 홍기옥 사장(구속)을 정대근 당시 농협 회장(수감 중)에게 소개시켜준 뒤 수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중수부는 홍 사장이 성공사례금 조로 2006년 2월 정씨 형제에게 건넨 30억원을 추적한 결과 이 돈의 일부와 경남 김해 성인오락실의 수익금으로 추정되는 자금이 노씨에게 건너간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돈이 현금 형태나 노씨 주변 인사의 차명계좌로 수차례에 걸쳐 흘러갔으며 전체 금액이 3억~4억원을 웃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검찰에 출석해 12시간 넘게 조사를 받은 노씨는 "돈을 받은 적이 없으며 오락실 수익금은 모르는 일"이라며 거듭 부인하고 검찰이 찾아낸 증거를 조목조목 반박한 뒤 자택으로 귀가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농협과 NH증권 압수수색을 통해 매각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탈세 의혹 혐의와 관련해 태광실업 임직원을 이틀째 불러 조사했으며 회계자료와 주식 거래내역 분석을 끝내는 대로 다음 주 초께 박 회장을 소환할 예정이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