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집 옮기고 싶다면 분당ㆍ판교에 눈돌려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내년 판교 '입주물량 폭탄'(대단지 입주에 따른 집값 연쇄하락)이 우려되면서 인근 분당 집값이 지난 9월 이후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200㎡가 넘는 대형 아파트의 경우 하락폭이 최대 4억원에 달할 정도다.
서울 잠실과 반포,암사동에서 목격한 '입주쇼크'의 위력에 경기 남부권 주택 수요자들이 바짝 긴장한 때문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가격 내림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소형에서 중형 이상으로 갈아타기를 원하는 수요자는 분당과 판교 물량을 입질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판교 입주와 분당 집값의 관계
판교는 내달 637가구 입주를 시작으로 내년 4,6월만 빼고 매달 입주일정이 잡혀 있다. 가장 많은 입주물량이 몰린 시기는 5월(3700여가구)과 7월(2800가구)이다. 내년까지는 총 2만3200여가구,최종 사업마감 시점인 2011년까지는 총 2만5790가구가 판교로 이사를 들어온다.
부동산 경기침체에다 대규모 입주행렬 때문에 분당 아파트 가격은 올 들어 현재까지 평균 11.3% 하락한 것으로 부동산114는 집계했다. 9월 이후 본격적인 하락이 시작돼 10월 이후 현재까지 4%가량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월간 변동률로 볼 때는 10월이 전월 대비 2.4% 하락으로 가장 골이 깊었다.
구체적인 물건별로 살펴보면 거품붕괴 양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서현동 시범우성 아파트 208㎡형은 지난 8월22일 14억원에서 현재(지난 11월27일 기준) 10억원으로 무려 4억원이나 내렸다.
수내동 양지금호 165㎡형도 지난 8월 11억2500만원에서 지금은 9억5000만원으로 10억원대 아래로 떨어졌다.
'분당 100㎡(30평형)대 아파트=6억원대'라는 등식도 이미 깨졌다. 4억원대의 '급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야탑동 매화청구타운 105㎡형은 8월 5억3000만원에서 지금은 4억5500만원으로 14%가량 하락했다.
정봉규 그랜드공인(분당 수내동) 대표는 "지난 7월 이후 수내동에서는 아파트 거래가 전무하다"며 답답해했다.
그는 "서울 잠실이나 반포에서 대규모 입주물량이 주변 집값을 끌어내린 것처럼 분당,용인권도 내년으로 예정된 판교신도시 입주 영향을 이미 받고 있다"며 "분당 일부 지역은 평촌보다 집값이 싸졌다"고 설명했다.
분당 집값 더 조정되나?
분당 집값이 이처럼 많이 빠지긴 했지만 판교 입주가 내년에 집중돼 있어 가격 바닥을 당장은 확인하기 힘들어 보인다.
분당의 한 부동산 중개사는 "한달 만에 5000만원 이상 떨어진 단지도 있다"며 "언제 집값이 바닥을 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가격 조정이 좀 되긴 했는데 실제로 나가보면 그렇게 싸지도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며 "판교 입주물량 폭탄에 용인지역 미분양 물량이 적체돼 분당 집값이 더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1주 사이에 500만원씩 집값이 떨어지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분당에 주택을 꼭 구입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가격 조정을 염두에 두고 급급매물이나 경매물건 위주로 접근할 것을 권고했다.
분당지역 공인중개사들도 대부분 추가하락에 손을 들었다. 따라서 투자 시점도 내년 상반기 이후로 늦추라고 조언한다. 판교 입주쇼크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면 서울 강남권의 부동산 경기 여하에 분당이 좌우될 수 있다고 중개사들은 입을 모았다. 서울~용인간 고속도로 개통 등 교통환경 개선도 점차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전망했다.
평수 넓혀 갈아타기에 관심
투자보다 실거주에 비중을 두는 수요자라면 큰 평수로 갈아타기에는 괜찮은 시기라는 분석이 많다.
역세권 소형은 덜 떨어진 반면 중대형의 하락폭은 엄청났기 때문이다. 같은 분당이면서 새 아파트가 많은 정자동을 갈아타기 대상 지역으로 좁혀볼 필요도 있다. 인접한 용인 죽전동도 비슷한 상황이다.
죽전지역 중개업계는 "중대형 아파트에 가수요가 많이 몰렸던 만큼 이들 아파트 값의 하락폭이 더 컸다"며 "죽전동 부근에선 20평형대와 30평형대 아파트 가격차가 1억5000만~2억원에서 7000만~1억원으로 크게 좁혀졌다"고 전했다.
여기에 판교 분양권의 개인 간 거래가 제한적이나마 허용된다면 분당 중소형 아파트를 팔고 판교 중대형 새 아파트로 갈아타기 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부동산써브의 함영진 실장은 말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