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국장엔 오스자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이틀 연속 경제팀 인선을 발표하고,기자회견을 열어 경제정책의 밑그림과 방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의식한 그동안의 '겸손 모드'에서 '차기 대통령 모드'로 본격 전환해 갈수록 깊어지는 경제위기의 타개책을 찾고 나선 것이다.

오바마 당선인은 26일 기자회견을 갖고 차기 행정부에서 신설되는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회(ERAB) 의장에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내정한다고 발표했다. 또 선거운동 기간 자신의 경제분야 브레인으로 활약한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경영대학원 교수를 ERAB의 사무국장으로 기용한다고 밝혔다. 굴스비 교수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도 겸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ERAB는 일자리 창출과 금융시스템의 안정에 초점을 맞춰 단기 계획을 구상하고 실행하는 일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ERAB는 1956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만들었던 대외정보 자문위원회를 모델로 한 것으로,금융위기와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단기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앞서 25일엔 피터 오스자그 미 의회 예산국장을 백악관 예산국장에 내정했다고 밝혔다. 오스자그는 연방정부의 수입과 지출내역을 짜는 업무를 맡게 된다. 당선인은 이날 특히 낭비성 정부 지출을 대폭 삭감하겠다며 재정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24일 경제가 벌떡 일어나 앉을 수 있도록 충격요법식 초대형 경기부양책을 내놓겠다고 한 만큼 정부 부처와 기관들이 허투루 국민혈세를 쓰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는 "경제가 위기에 처했을 때 재정 개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조치"라며 "연방예산 지출항목을 한 페이지,한 페이지,한 행 한 행을 들여다보겠다"고 약속했다. 또 "유용성을 다하거나,정치인이나 로비스트,이익집단의 힘 때문에 존재하는 프로그램에 수십억달러의 혈세를 낭비하는 시스템을 그대로 내버려둘 수 없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연간 250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부농들에게 3년에 걸쳐 4900만달러의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는 프로그램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당선인은 다음 주 초 안보팀 인선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장관에는 부시 대통령이 임명한 로버트 게이츠 현 장관의 유임이 확정적이다. 워싱턴포스트 등은 외교분야 핵심 참모인 수전 라이스 전 국무부 아프리카 담당 차관보를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유엔주재 미 대사에 발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