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불안 고조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지구에서 주택 공급을 준비 중인 건설사들이 미분양 사태 우려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청라지구는 최근 주택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각종 개발호재 덕분에 분양 성적이 비교적 양호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불황이 겹치면서 이곳도 미분양 한파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청라지구는 올해도 대규모 아파트 공급이 이뤄지는 데다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 진행 속도가 기대에 못 미쳐 분양 예정 업체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3월쯤 청라지구에서 동시분양을 준비 중인 중견 건설업체 A사는 청라지구 택지를 아예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작년 만해도 3.3㎡(1평)당 평균 분양가가 1400만원 선에 결정됐어도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는데,요즘은 1000만원 이하에서도 미분양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땅을 처분하는 방안을 두고 논의 중"이라고 귀띔했다.

청라지구 택지를 사들인 한 개발업체도 내년 초 분양계획을 세웠으나 아직까지 시공업체조차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반기까지만해도 청라지구 분양 전망을 불안하게 보는 건설사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돌변해,건설업체들이 미분양 우려 때문에 공사수주를 놓고 갈등을 겪고 있다.

실제로 청라지구 청약경쟁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분양된 GS건설의 '청라자이'는 평균 5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최고 경쟁률은 44대 1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들어서 순위 내 청약 미달이 벌써 두 번이나 발생했다. 지난 17일부터 사흘간 청약을 받은 '광명메이루즈(263가구)'는 3순위까지 경쟁률이 0.41대 1에 불과했다. 전매제한 완화 호재도 약발이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달 원건설이 분양한 '힐데스하임'도 1224가구 공급에 청약건수는 965명에 그쳤다. 높은 인기 속에 청약을 끝낸 아파트도 최근엔 '마이너스 프리미엄'까지 생겨났다.

청라지구에서 분양에 나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택지를 확보했을 때 기립박수를 치면서 좋아한 게 엊그제인데 분양도 하기 전에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동시분양 업체들끼리 협의해서 통합 모델하우스를 운영하는 등 청약 붐 조성 계획을 마련해볼 방침"이라고 털어놨다.

업체들의 걱정이 깊어지는 이유는 우선 청라지구 공급이 지금의 주택 수요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내년까지 4678가구가 분양된다. 게다가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중대형 주택이 대부분이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 김규정 차장은 "청라지구는 좋은 입지 덕에 많은 관심을 끌어왔지만 주택경기 침체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며 "투자수요가 예전처럼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탓에 실수요자만으로 좋은 분양 성적을 내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이 지지부진하다는 점도 분양률 저하의 원인으로 꼽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청라지구뿐만 아니라 인천경제자유구역 안에서 공급되는 대부분의 아파트가 미분양 걱정을 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