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실직 쇼크' 겹쳐 집값 30~40% 뚝

미국발(發) 금융대란이 점차 전 세계적인 실물경기 침체로 전이되면서 홍콩과 마카오 일대 부동산 시장도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지난 19일 홍콩 섬 센트럴 미드레벨 지구의 고급 아파트촌.홍콩 섬의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 일대 집값은 한 채당 무려 수십억원을 호가한다. 그러나 올 하반기 이후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이곳 역시 가격이 급락하고 거래가 실종되는 등 큰 타격을 입었다.

이 일대 부동산중개회사인 리카코프(利嘉閣)의 소와이궉(蘇偉國) 매니저는 "2003년 홍콩 일대를 강타한 사스(SARS)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에 빠져들고 있다"며 "올 초에 비해 30~40%가량 가격이 빠졌는데 앞으로도 최소 10% 이상은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지 미드레벨의 고급 아파트 중 하나인 다이너스티 코트 2000제곱피트(56.2평)의 가격은 올 초만 해도 4500만 홍콩달러(81억원)에 달했지만 지금은 3500만 홍콩달러(63억원)로 주저앉았다. 그나마도 사려는 사람이 없어 거래가 뚝 끊겼다.

소 매니저는 "이 일대 아파트의 주된 수요층이었던 금융기관이나 투자회사 직원들의 수입이 금융위기 이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게다가 최근 금융회사마다 대규모 실직사태가 벌어지고 있어 당분간 아파트 등 부동산 시장 역시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JP모건체이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홍콩의 주택가격이 올해 2.4분기의 고점 대비 내년에는 35%,오피스건물 임대료는 40~50%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홍콩의 내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3%,실업률은 7.3%로 각각 전망했으며 홍콩 경제가 이미 침체기에 진입했으므로 집값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초 중국 정부의 입국비자 강화 조치에 이어 이번 글로벌 금융대란의 직격탄을 맞은 마카오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특히 그동안 마카오 일대에서 진행돼 왔던 대규모 개발 공사 현장도 잇따라 멈춰서면서 이에 따른 대량 해고가 이뤄져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마카오 신구안(新口岸) 일대 아파트촌에서 영업 중인 만룬리(萬潤利) 투자실업유한공사 소속 부동산중개사인 팡룬흥(彭聯興) 실장은 "코타이 일대 대규모 카지노 리조트 단지를 개발하는 사업이 최근 시행자인 미국계 샌즈(LVS)사의 유동성 사정으로 공사가 잠정 중단되면서 약 1만명이 직장을 잃었다"며 "이를 비롯해 각종 투자 및 임대수요가 줄어들어 집값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팡 실장은 아울러 "벌써 1평방자(36분의 1평)당 2300 홍콩달러(41만4000원)였던 가격이 1800 홍콩달러(32만4000원)로 떨어졌지만 거래는 전혀 없다"며 "임대료는 비싼데 거래가 없다보니 이 일대 부동산업자들의 상당수가 문을 닫고 떠났다"고 토로했다.

홍콩.마카오=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