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이후 안정세를 보이던 금융.외환시장이 다시 혼돈 양상에 빠졌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자금을 풀어도 실물 쪽으론 흘러들어가지 않아 가뜩이나 위축되고 있는 생산 수출 투자 등에서 침체가 심각한 양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 때문에 일련의 위기극복 후속대책을 강구하고 있으며 이번 주부터 각종 대책의 세부안 또는 윤곽을 내놓을 예정이다.

한은은 2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채권시장안정펀드 지원 규모를 확정짓는다. 한은 내부에선 펀드 10조원 가운데 한은의 지원 규모가 절반인 5조원을 넘어서는 곤란하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금융계에선 한은이 좀 더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분위기다. 자금의 여유가 없다는 것이 은행과 보험사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26일엔 일본에서 한.중.일 거시경제 및 금융안정을 위한 워크숍이 열린다. 다음 달 13일 일본에서 개최될 3국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실무협의 차원의 모임이다. 하지만 정부에선 3국의 통화스와프 확대방안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만약 미국과의 통화스와프처럼 비교적 큰 규모의 합의가 이뤄진다면 금융♥외환시장에 대형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통화스와프 규모는 한.일 130억달러,한.중이 40억달러이다.

이번 주 경제지표 중에선 한은이 27일 내놓는 '10월 국제수지 동향'이 가장 관심을 모은다. 지난 9월 12억달러 적자로 기록된 경상수지는 10월엔 10억달러 이상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예상보다 크게 나오면 외국인의 한국 주식 채권 매도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이 분기별로 집계하는 '국제투자대조표'의 9월 말 잠정치는 28일 발표된다. 여기서 핵심인 순대외채권(대외채권-대외채무)은 지난 3월 말 131억6000만달러에서 6월 말 27억1000만달러로 줄어든 데 이어 9월 말엔 마이너스로 돌아서 한국이 순채무국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통계청이 28일 내놓는 '10월 산업활동 동향'에선 실물지표를 바탕으로 향후 거시경제의 흐름을 예측해 볼 수 있다. 광공업생산 증감률의 경우 지난 9월 7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만약 10월에 마이너스 폭이 커지면 경기침체가 확연해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올 공산이 높다. 여기에다 소비재 판매가 둔화되고 재고는 늘어나는 쪽으로 나타난다면 경기침체가 아니라 불황 혹은 위기로 분석될 가능성이 크다.

경제부 차장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