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자들 9월까지 중도금 등 1118억 돌려받아

아파트 분양 계약자들이 공사가 늦어진다며 보증회사에 중도금 등 분양대금을 돌려달라는 요구가 급증하고 있다.

20일 대한주택보증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분양대금을 계약자들에게 되돌려준 금액(환급액)이 지난 9월 말 기준 1118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환급액인 984억원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택시장 위축,미분양 누적 등으로 건설사들의 자금 압박이 심해지면서 공사가 제대로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단지를 중심으로 분양대금 환급 요구가 갈수록 늘고 있어 올해 말까지 주택보증이 되돌려 줘야 할 금액만 모두 3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06년 247가구에 불과하던 환급 가구수도 올해는 지난 9월까지 1165가구로 늘어 연말이면 지난해 연간 물량(1600가구)을 훨씬 넘어설 전망이다.

현행 주택법 시행령과 주택보증 내부규정에 따르면 △아파트 공사의 계획 대비 실제 공사진행률(공정률)이 25%포인트 이상 차이가 벌어져 △분양 계약자들이 보증 이행을 요청하는 단지 가운데 △계약자 3분의 2 이상이 요구할 경우 분양대금을 되돌려 줘야 한다.



주택보증은 아파트 공사 중단이나 지연으로 계약자들이 분양보증 이행을 요구하면 해당 단지를 사고 사업장으로 분류하고,계약자들에게 중도금 납부 중단과 함께 보증이행 방법(준공 또는 환급)을 선택하도록 통보한다. 이때 환급 대신 준공이행(계속 공사)을 원하면 주택보증은 별도 통장을 개설한 뒤 나머지 중도금과 잔금을 이 통장으로 내도록 해 입주자들의 분양대금을 보호해 준다.

실제로 주택보증은 전남 목포시 옥암동 대주 피오레 분양 계약자들에게 이미 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금을 되돌려 주기로 했다. 계약자들은 아파트 공사가 중단돼 입주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커진 데다 주택시장이 크게 위축돼 있어 분양금 환급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보증 관계자는 "목포 옥암 대주피오레 분양계약자 392가구 중 273가구가 분양대금 환급을 요구해 법적요건(계약자 3분의 2 이상 요구)을 갖췄다"며 "현재 승인 여부를 심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환급 승인이 떨어지면 주택보증은 계약자들에게 291억원을 되돌려 주게 된다.

C&우방이 시공 중이던 대구 시지 1.2차 아파트 계약자들도 분양대금 환급을 요구해 주택보증은 최근 428가구에 864억원의 분양대금을 되돌려 줬다. 이 밖에 광주 수완지구에 있는 아파트 2곳의 분양 계약자들도 공정률이 저조하다는 이유 등으로 최근 주택보증에 계약금과 중도금 등 총 500억원의 분양금 환급을 청구한 것으로 전해지는 등 분양대금 환급 요구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분양대금 환급 요구가 일시에 몰릴 경우 가뜩이나 공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는 해당 건설사의 자금 압박이 심해질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분양 계약자들은 이미 낸 돈(분양금)을 되돌려 받을 수 있어 금전적 피해가 거의 없지만 해당 건설사는 땅값,건축비 등 이미 투입된 수백억원의 공사비가 그대로 묶일 수밖에 없다. 보증회사인 대한주택보증 역시 한꺼번에 많은 현금이 필요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더욱이 대한주택보증이 보유한 여유자금 3조8000억원 중 최대 2조원을 환매조건부 미분양 아파트 매입에 써야 해 분양대금 환급 요구가 늘면 자금 여력이 빠듯해진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미분양 아파트가 공식적으로만 16만가구에 이르는 데다 주택경기 위축으로 공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는 건설사들이 늘어나면 내년에는 분양대금 환급 요구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