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에 부드럽게 다가서는데는 성공"

"한국 국민에게 친근하고 부드럽게 다가서는 데는 성공했지만 한.미 간의 동맹현안 조율에서도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더 두고봐야 한다.

"오는 23일로 부임 두 달을 맞는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 대사에 대한 외교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첫 여성 주한 미대사인 스티븐스 대사는 미국산 쇠고기수입 문제의 후폭풍으로 한미관계에 대한 우려감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부임해서인지 한국 국민들의 마음을 얻는 데 주력하는 인상이었다.

그가 공항에 도착해 연 회견에서 "한국 정부와 한국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도록 하겠다"고 강조한 것이나, 신임장 제정 직후 자신이 젊은시절 평화봉사단원으로 일하며 영어를 가르쳤던 충남 예산을 방문하는 등의 행보는 딱딱함이 없지 않았던 전 대사와 구별되며 한국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왔다.

특히 스티븐스 대사가 각종 강연 등에서 유창한 한국어를 섞어가며 과거 한국에서의 생활을 추억할 때 청중들이 큰 박수로 호응하는 장면은 과거 주한 미 대사의 강연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청중들도 그를 한국이름인 `심은경'이라고 스스럼없이 부르며 친근하게 다가선다.

여성지 등을 포함해 각종 인터뷰 요청이 100여개 이상 밀려있다는 데에서도 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하지만 스티븐스 대사가 지난 두 달간 주로 환영행사 성격의 가벼운 일정을 소화하고 미국의 정권 교체기로 민감한 이슈들이 잠복해 있었다는 점에서 아직까지는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지는 않았다는 분석이 많다.

더욱이 미국의 새 정부와 우리 정부 간에는 북핵문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 등 면밀히 조율해야 할 만만찮은 과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가 전임인 알렉산더 버시바우 대사나 크리스토퍼 힐 대사 등과 달리 한국이 첫 부임지로, 대사 경험이 없는데다 외무부 내 직급도 낮다는 점에 주목하며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외교 당국자는 20일 "스티븐스 대사가 그간 본격적으로 민감한 이슈들을 다룰 기회는 없었지만 한.미 정상회담 등을 준비할 때 보면 적극적이고도 한국의 입장을 배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도 한미동맹 발전을 위해 잘 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