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엄마의 동거남과 사촌 등 가족들이 세 살배기 여자아이를 빨래 건조기에 넣어 돌리는 등 학대를 일삼다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 충격을 주고 있다.

뉴질랜드 언론들은 18일 로토루아 고등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위레무 커티스(19)와 그의 형 마이클 커티스(22)가 지난 2007년 수개월 동안이나 위레무의 파트너 리사 쿠카(35)가 낳은 세 살배기 여자아이 니아 글래시를 학대, 살해한 혐의로 유죄평결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또 이들이 글래시에게 학대를 일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적절한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글래시의 엄마 쿠카에게도 살인죄와 관련된 몇 가지 조항위반으로 유죄가 인정됐다고 언론들은 밝혔다.

이밖에 글래시의 사촌인 마이클 피어슨(20)과 마이클 커티스의 파트너인 오리와 켐프(18)도 글래시 위에 올라타 레슬링을 하거나 글래시를 빨래 건조대 위에 올려놓고 떨어질 때가지 돌리는 등 학대를 가한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

글래시는 머리에 가해진 발길질로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혼수상태에서 치료를 받다 지난 2007년 8월 3일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글래시는 숨지기 몇 달 전부터 수없이 얻어맞는 것은 물론이고 레슬링을 당하고, 냉수욕조에 던져지고, 빙빙 돌아가는 빨래 건조대 위에 던져지고, 빨래 건조기 안에 넣어 돌려지는 등 집안을 드나드는 가족들로부터 끊임없이 학대를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이 글래시를 그처럼 무지막지하게 학대한 것은 모두 재미삼아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뉴질랜드인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어린이 보호단체와 사회 지도자들은 한 목소리로 어린이 학대를 보고도 못 본 척 눈을 돌리는 행위는 절대 없어야 할 것이라며 시민들 모두가 어린이 학대에 대해서 밀고자가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뉴질랜드 아동위원회의 신키 키로 위원장은 이번 재판에서 드러난 실상은 말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한 것이었다면서 가족과 이웃 등 많은 어른이 어린이 학대 사실을 알고도 이를 모른 체 하는 것은 더욱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이언 하셀 전 어린이 위원장은 뉴질랜드에서 일어나고 있는 어린이 학대 등 어린이에 대한 어른들의 행동이나 태도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가 실시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클랜드<뉴질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ko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