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사실과 다른 정보를 제공, 이로 인해 경찰의 수사를 받은 당사자에게 그 제보자를 공개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성지용 부장판사)는 산업용품 제조사인 A사가 국정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 비공개결정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국정원은 2005년 8월 디지털 방송계측기 개발업체인 B사에 근무하던 직원들이 A사로 이직한 뒤 B사에 근무할 때 알게 된 소스코드(source code) 등을 이용해 유사한 제품을 만들어 팔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이를 관할 경기지방경찰청에 넘겼다.

소스 코드란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람이 읽을 수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로 기술한 글을 말한다.

경찰은 제보에 따라 조사를 벌인 뒤 같은 해 12월 A사를 압수수색, 해당 제작기술이 동일한지 여부에 대한 비교 분석을 의뢰했다.

감정을 맡은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는 양쪽 회사의 소스코드가 다르다고 결론을 내렸고 이에 경찰은 A사에 대해 무혐의로 처리하고 종결했다.

A사는 올해 5월 국정원장을 상대로 당시 제보자의 이름과 주소, 연락처를 공개해달라고 청구했지만 국정원은 "국가안전보장과 관련된 산업기술유출 사건에 대한 정보이고 노출될 경우 제보자의 생명이나 안전에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A사는 잘못된 제보로 수사를 받는 등 피해를 봤으므로 법적인 조치를 취하는 데 필요하다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A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은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는 정보를 비공개 대상으로 정하고 있지만 공익이나 개인의 권리 구제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는 예외"라며 "제보자의 사생활이 침해 정도보다 A사가 권리를 되찾기 위해 이를 알아야 할 필요가 더 크다"고 판결했다.

또 "A사가 형사고발이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하더라도 이로 인해 제보자의 생명ㆍ신체 또는 재산 보호에 현저한 지장이 초래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A사 측이 합법적 수단 외에 사적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인정할 근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보 내용은 특정업체의 영업비밀이 경쟁업체에 유출됐다는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를 국가안전보장과 관련된 정보라고 보기 어렵다"며 "제보자의 연락처를 제외한 이름과 주소를 공개하라"고 주문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