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인수가격 낮춰달라" … 캠코 "5%이상 못깎아"


'3만1000원 vs 6480원.'

매각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건설을 인수하기 위해 동국제강이 제시한 주당 매입가격과 현재(14일 종가) 주가다. 동국제강이 써낸 응찰가격은 현 주가대비 4.8배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건설경기 침체로 쌍용건설 주가가 급락,매각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 지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동국제강과 출자전환주식 공동매각협의회 주관사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당초 지난 11일 끝낼 예정이었던 최종 인수가격 협상마감 시한을 10일(영업일 기준)간 연장했다. 지난달 21일이었던 1차 시한을 연장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이에 따라 협상 시한이 오는 25일로 늦춰졌다. 동국제강은 가격을 대폭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캠코는 매각입찰 당시 맺은 양해각서(MOU)상 입찰금액에서 5% 이상 깍아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캠코 등 채권단이 매각할 쌍용건설 주식은 1490만여주(지분 50.07%)다.

◆신경전 벌이는 동국제강 vs 캠코

동국제강은 쌍용건설의 주가 수준과 미분양 주택 등 우발채무를 감안해 매각가격을 크게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쌍용건설 주가는 동국제강이 우선인수협상자로 선정된 7월11일의 2만1000원에 비해 69%나 떨어졌다. 입찰 때 써낸 것으로 알려진 인수가격 주당 3만1000원 선(총 인수금액 4620억원)에 비하면 79%나 낮다.

주택·건설경기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건설사들의 '몸값'이 뚝 떨어졌다는 점도 감안해줘야 한다는 게 동국제강의 입장이다. 당초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키로 했던 군인공제회가 컨소시엄에서 이탈한 것도 부담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캠코가 규정상 5% 이상은 깎아줄 수 없다고 하지만 MOU에는 우발채무가 많거나 상황변화에 따라 가격을 더 낮출 수 있도록 한 예외조항이 있다"고 말했다. 동국제강은 10% 이상 할인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제강이 스스로 쌍용건설 인수를 포기할 경우 입찰보증금 250억원을 떼일 수도 있어 협상을 깨기도 힘들다.

캠코도 순순히 양보할 태세는 아니다. 캠코 관계자는 "양해각서에 있는 최대 할인폭 규정은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건설사들 몸값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이번 협상을 유찰시키고 재입찰할 경우 동국제강이 제시한 수준의 가격을 다시 받기 힘들다는 점이 부담이다.

◆우리사주조합도 속앓이

협상이 늦어지면서 지분우선협상 매수권을 가진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 측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우리사주조합은 회사 지분 18.2%를 가진 2대주주로,채권단이 매각할 지분 중 24.72%를 우선적으로 살 수 있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이던 2003년 3월 자본잠식으로 회사가 퇴출위기에 몰리자 손실을 무릅쓰고 임직원들이 유상증자(329억원)에 참여한 대가로 얻어낸 권리다. 동국제강과 캠코는 최종 매각 가격 협상을 끝낸 뒤 사주조합에 똑같은 매각가격에 우선매수권 청구 여부를 타진해야 한다.

사주조합 측은 건설경기가 최악인 상황에서 주인없이 불안한 상태가 지속되면 수주나 투자 등이 차질을 빚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키로 한 국민연금 제2호 사모펀드(초기운용자금 4000억원)가 주가급락을 이유로 수익보장 등 보다 까다로운 요구조건을 내세우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사주조합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회사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기존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쌍용건설은 시공능력평가순위 13위로 지난해 매출 1조3358억원,영업이익 521억원을 올렸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