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상∙하한가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재건축 시장 역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저가매물 출시가 늘면서 매도호가가 다양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심지어 같은 단지, 같은 면적의 아파트일지라도 상∙하한가 가격차이가 최대 3억원까지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사실상 평균 시세 개념이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

14일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구반포주공 204㎡(62평형)의 시세는 23억5000만~26억5000만원선으로, 상·하한가 격차가 무려 3억원의 차이를 기록했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시영 62㎡(19평형)의 경우 상∙하한가 격차가 지난 2007년 초 3000만원에서 현재 2억3000만원 선으로 훨씬 커졌다. 서초구 잠원동 한신4차도 109㎡(33평형)도 지난 2007년 초 4000만원에서 현시점 1억9000만원으로 격차가 다섯 배 가량 증가했다.

이처럼 재건축 단지의 상∙하한가 격차가 벌어진 이유는 급매물 출시로 시세 하한가가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극심한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재건축 시장의 향방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저렴한 매물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아파트 상∙하한가 격차가 로열층 여부, 향, 조망, 소음도 등에 따라 결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요인이 크게 작용하지 않는 재건축 단지의 경우 그 원인도 사뭇 다른 셈이다. 특히 강남권 일대에 대규모 입주물량이 쏟아지고 있는데다 재건축 수익 상당부분을 환수하는 개발부담금제가 여전히 시행되고 있어 매도자들의 추가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때문에 투매형태의 초급매물도 심심치 않게 출시되는 실정이다.

개포동 일대 K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경기악화에 따른 부동산 침체로 재건축 역시 약세를 면치 못해 매도호가가 낮은 급매물이 많이 출시되는 추세"라면서 "상한가의 경우 내림폭이 비교적 작은데다 가격이 낮게 출시되는 매물들이 늘면서 그대로 하한가로 고착화돼 시세의 폭이 넓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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