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법이 프라임그룹으로부터 아파트를 받은 혐의로 이주성 전 국세청장에 대해 12일 영장을 발부하면서 국세청장 출신 인사가 또다시 구속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전군표 전임 국세청장이 부하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현직에서 구속 수감된 지 꼭 1년만에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면서 그동안 비상한 각오로 자정 노력을 전개해온 국세청이 충격에 휩싸였다.

이날 구속된 이 전 청장이 아니더라도 전국 1만8천여 국세 공무원을 지휘하면서 나라살림을 위한 재정을 조달하고 세무조사권을 행사하는 국세청장이라는 자리는 그 막강한 지위만큼이나 항상 돈과 권력의 유혹에 노출된 자리였다는 점은 역대 국세청장들의 뒷모습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1988년 7대 서영택 국세청장이 국세청 출신 '문민청장'시대를 연 이후 현 청장까지 국세청장으로 재임 경력이 있는 인사는 모두 9명(추경석 청장은 8,9대 역임).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5명이 퇴임 뒤나 재임중에 자신의 행적 때문에 구속되거나 수사선상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10대 임채주 청장은 불법 선거자금 모금 사건인 이른바 '세풍'사건 때문에 구속돼 법정에 섰고 대규모 언론사 세무조사를 이끌었던 12대 안정남 청장은 건설교통부 장관으로 영전한 지 23일만에 부동산 투기와 증여세 포탈 등 축재 비리로 물러나야 했다.

그의 후임인 13대 손영래 청장은 2002년 선앤문그룹 특별 세무조사 추징세액 감축 지시와 SK그룹에서의 수뢰 문제로 구속됐고, 16대 전군표 국세청장은 부하직원으로부터 현금 5천만원과 미화 1만 달러를 받은 혐의 때문에 현직 국세청장으로는 사상 처음 구속됐다.

'문민 청장' 이전에 국세청 수장이었던 5대 안무혁 청장과 6대 성용욱 청장 등 두 명의 군 출신 청장들 역시 선거자금 모금 등의 혐의로 법정에 섰던 것까지 감안하면 국세청장 출신 인사들이 겪은 '풍파'의 역사는 더 길어진다.

국세청 내부에서는 이 전 청장이 석연찮은 이유로 현직을 떠난 지 2년도 더 지난 만큼 겉으로는 '국세청 사람이 아니다'며 무관심한 표정이지만 안으로는 충격과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세청의 한 하급 공무원은 "이럴 때마다 바깥에 나가 국세 공무원이라고 말하기가 부담스럽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또 다른 공무원은 "국세청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