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3구 제외 전지역 투기지역 해제, DTI 규제 사라지고 LTV 60%만 적용

연봉 5000만원 6억 집 살때 대출, 1억9720만원 → 3억6000만원


대출을 끼고 집을 살 수 있는 '지렛대 투자 시대'가 다시 열렸다. 정부가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를 제외한 전 지역에 대해 투기지역 지정을 해제하면서 그동안 대출을 옥죄어 온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로부터 상당히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1억원가량만 돈을 빌릴 수 있었던 대출자들은 많게는 3억원 이상 더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데다 주택 매수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고 있어 지금같은 집값 하락기가 20·30대 젊은층들에게는 집을 장만할 수 있는 적기로 평가받고 있다.


◆LTV 40%→60%로 확대 적용

투기지역에 있는 아파트를 사려면 LTV 규제를 받아 집값(공시지가 기준)의 40%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매년 갚아야 하는 원리금 총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지 않도록 하는 DTI까지 적용받으면 대출액이 더 줄어든다. 6억원 초과 아파트를 살 때는 DTI를 40%로 제한받고 6억원 이하 아파트의 경우도 5000만원 이상을 빌린다면 DTI 50%를 넘을 수 없었다.

하지만 투기지역에서 풀리면 대출 한도는 껑충 뛴다. DTI 규제는 사라지고 LTV 60%만 적용받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연소득이 5000만원인 샐러리맨은 예전에 서울 목동이나 경기 분당 지역에서 6억원짜리 집을 사려면 DTI 때문에 은행에서 1억9720만원만 빌릴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3억6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대출 가능액이 80%나 늘어난 셈이다.

저소득자에게 지렛대 효과는 상대적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연소득이 3000만원인 대출자는 주택가격에 관계없이 1억1830만원만 대출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6억원짜리 주택을 사면 3억6000만원까지,8억원짜리 주택을 사면 4억8000만원까지 각각 돈을 빌릴 수 있다. 연소득이 2000만원이면 예전에는 은행에서 7890만원밖에 빌릴 수 없었지만 1억원 소득자와 똑같이 수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그러나 변수는 있다. 은행들이 대출 한도만큼 돈을 빌려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들은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대출 영업을 공격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 제도가 바뀐다는 것과 은행이 실제로 대출을 해줄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얘기다. 일부 은행들은 자기자본비율을 10% 이상으로 맞추기 위해 대출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게다가 정부 정책에 따라 중소기업 대출을 늘려야 해 상대적으로 주택담보대출 영업이 위축받을 가능성이 높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경쟁이 사라졌기 때문에 DTI 규제가 없어졌다고 해서 소득이 적은 고객에게 무조건 거액을 대출해주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처분조건부 대출상환 면제

투기지역에서 해제되면 대출액이 늘어나는 것 외에 다른 혜택도 많다. 우선 처분조건부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최대 수혜를 입는다. 본래 투기지역 내 대출 건수는 1건으로 제한돼 있지만 처분조건부 대출에 한해서만 예외를 인정했다. 1년 내 기존 주택을 담보로 받은 대출을 갚는다는 조건으로 투기지역에 추가로 대출을 해준 것이다.

하지만 투기지역에서 해제되면 그럴 필요가 없어진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 아파트 보유자가 처분조건부 대출로 분당에 있는 아파트를 샀다면 강남 아파트를 담보로 해서 받은 대출금을 갚지 않아도 된다. 이번에 분당이 투기지역에서 비투기지역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분당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받은 사람이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를 샀다면 분당 아파트를 담보로 받은 대출금은 갚아야 한다. 강남 서초 송파지역은 여전히 투기지역으로 묶여 있어서다. 그러나 처분조건부 대출 상환 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연장돼 약간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이번에 투기지역에서 풀린 지역의 아파트를 담보로 돈을 빌린 지 얼마 안 된 대출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있다. 투기지역에서는 주택 신규 구입자금 대출을 받은 뒤 '3개월 이내'에는 추가로 대출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비투기지역에서는 3개월 내라도 대출용도가 가계자금이라는 점만 입증하면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거액 대출자들은 중도 상환 수수료를 면제받는다. 투기지역 내 6억원 초과 아파트 보유자들은 대출을 받은 지 3년이 넘어도 중도 상환시 무조건 중도 상환 수수료(상환액의 0.2%)를 내야 한다. 3년 내 갚으면 상환액의 1% 내외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하지만 비투기지역으로 바뀌면 3년 내 중도 상환시 수수료가 있지만 3년이 지나 갚으면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