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9월까지 부도건설사 47% 급증
신평사, 36社 '투자 부적격 등급'
PF 97조 … 부동산發 금융위기 우려

'밑빠진 독에 물붓기.'

금융회사 관계자는 현재의 건설업계 상황을 이렇게 정리했다. 최근 부도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신성건설이 대표적인 사례다. 시공능력 41위인 신성건설은 55억원의 어음을 막지 못하다가 은행 문닫는 시간을 넘기고서야 해결했다.

하지만 신성건설이 어음을 결제한 것이 아니라 어음을 제시한 모 저축은행이 어음을 회수해 사태가 마무리됐다. 저축은행이 어음을 회수한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정부로부터 모종의 사인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4일 경제·금융종합대책 발표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사실상 공적자금 투입 시작돼

신성건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는 주택공사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주공은 지난달 7일 여수 중림택지지구 공사를 맡은 신성건설에 전체 공사비의 20%인 71억8000만원을 선급금으로 줬다. 원래 선급금은 10%지만 주공의 우수시공업체로 선정된 신성건설이 20%를 요청해 선급금 지급이 이뤄졌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신성건설 문제를 보고받은 뒤 해결 방안을 찾아보라는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성건설은 이 돈으로 어음 60억원을 막았다. 사실상 공적자금이 투입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신성건설은 주공의 도움을 받은 지 20여일 만에 부도 직전까지 내몰린 셈이다. 이처럼 시중에 떠돌던 괴담이 현실화되면서 건설업계에는 이미 한파가 들이닥쳤다. 구조조정의 매서운 칼날이 들이닥칠 11월이 잔혹한 달이 되지 않을까 안절부절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미 A사,B사 등이 구조조정 대상이라는 등 정부의 '10·21 부동산대책' 발표 직후 누가 퇴출 명단에 오르게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올 1월부터 9월까지 부도난 종합건설업체와 전문건설업체는 총 251개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7.6% 급증했다.

◆구조조정 대상은

채권금융회사 주도로 마련될 구조조정 리스트에는 1차적으로 신용평가회사로부터 낮은 신용등급을 받은 건설사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 회사채 등 채권,기업신용등급의 경우 'BBB-' 이하,기업어음의 경우 'B' 이하와 같은 투자부적격 등급을 받은 건설사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신용정보,한국기업평가 등 3곳 가운데 2곳에서 투자부적격 판정을 받은 건설사는 24개사로 집계됐다. 이는 시공능력 순위 100대 건설업체 가운데 27개 회사가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는 정부 당국의 분석과 비슷한 수치다.

3곳에서 투자부적격 등급을 받은 회사는 D사와 B사 등 2개사.두 군데서 투자부적격 등급을 받은 회사는 22곳이다. 시공능력 순위 15위 이내 업체는 없으며 20위권 업체가 포함됐다. 30위권으로 넓히면 2개사,50위권에는 8개사가 포함됐다. 이 밖에 신용평가회사 한 곳에서 투자부적격 판정을 받은 회사는 12개사다. 총 36개사가 투자부적격 판정을 받았다는 얘기다.

정부는 건설업계에 유동성을 지원하는 한편 경영정상화 가능성에 따라 구조조정을 유도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채권금융회사가 건설업체의 신용위험평가(A~D 4등급)를 내려 교통정리를 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투자부적격 등급을 받은 업체는 C(워크아웃)나 D(회사정리,즉 파산),또는 B(대주단 협약이나 은행권 패스트트랙 통한 구조조정)등급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발 금융위기 현실로

건설업체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금융의 부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권의 PF 금융 규모는 6월 말 기준으로 97조1000억원.이 가운데 직접 대출이 78조9000억원,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15조3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은행권의 PF 대출 연체율은 0.64%로 아직 높지 않지만 저축은행들의 연체율은 14.3%에 달한다. 저축은행의 경우 총대출 내 비중도 24.1%에 달한다. 또 증권사와 여신전문금융회사의 PF 대출 연체율은 각각 6.57%,4.2%에 달한다. 특히 2004년부터 PF 금융이 급증했고 건설업체의 PF 사업 기간이 길어야 5년인 점을 고려할 때 지금부터 만기가 몰리고 있어 건설사와 금융회사 모두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은행권의 ABCP 만기는 올 4분기에만 2조1000억원이며 내년에는 4조5000억원에 달한다. 저축은행까지 합하면 4분기 ABCP 만기 도래액은 2조6000억원이다.

김문권/장규호/김현석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