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공권력이 시위 참가자들의 인권을 침해했다뇨.저흰 원칙에 따라 움직였을 뿐입니다. 법질서를 먼저 깬 건 저희가 아니었는데…."

지난 27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진압과정에서 경찰이 과도하게 무력을 사용해 시위 참가자들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발표하자 경찰은 몹시 서운해했다. 어청수 경찰청장은 "합법적이고 평화적 시위는 보호하지만 불법행위는 엄정하게 대처한다는 것이 경찰의 일관된 방침"이라며 "선진국 사례는 비교 안하면서 왜 우리에게만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법무부도 항변하고 나섰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28일 오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시위대뿐 아니라 경찰 피해도 조사해야 하는데 유감스럽게도 이 부분은 간과된 것 같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피해를 주장하는 인권위 진정이 130건이지만 경찰 피해는 7월 초까지 부상자 460명,물적 피해가 1980건에 달해 경찰 공권력이 방어적으로 행사됐다는 사실이 명백하다는 것.

이들이 '발끈'하는 것은 법질서를 수호하겠다는 선의의 목적이 왜곡되고 곡해돼서다. 사실 인권위는 촛불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시민에 의한 시민의 피해나 전·의경 등 공무원에 대한 인권침해에 대해선 권한 밖이라는 이유로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이들도 똑같은 기본권을 누려야 하는 우리 국민이다. 촛불시위는 평화적인 모습도 있었지만 쇠파이프를 든 시민들에게 전경이 끌려가 집단 폭행당하거나 전경버스가 불타는 등 서울 도심이 무법천지로 변한 날이 더 많았다.

결국 경찰은 인권위 발표 다음날인 28일 오후 내부 대책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당혹스러워하는 수뇌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궂은 일에 앞장서 왔던 경찰 사기가 이번 일로 흔들릴까봐 염려스럽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인권위 발표는 '쇠파이프 시위'에 대한 면죄부가 아닙니다. 앞으로 불법시위 현장에서 일부 과격,폭력 시위대가 인권위 발표내용을 자신들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수단으로 변질시킬까봐 걱정스럽습니다. 법질서 준수가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진단 걸 알았으면 합니다."

김정은 사회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