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불안으로 인한 실물 경제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구조조정, 감원 공포가 가시화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불안이 실물경제로 전이되고, 이로 인한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되면서 그동안 업황이 좋지 않았던 산업이나 업체를 중심으로 생산 구조조정과 그에 따른 인력 축소가 시작되고 있다.

심각한 주택경기 위축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중소업체를 중심으로 감원 칼바람이 불고 있으며 이미 몇년전부터 경영상황이 좋지 않았던 쌍용자동차는 최근의 경제위기 여파로 생산직 유급 휴직에 들어가기로 했다.

◇ 비상경영..인력조정 가시화 = 주택사업에 의존하고 있는 중소 건설사들은 최근 주택경기가 위축되면서 감원이나 임금 삭감 등 '한파'가 예고되고 있다.

중견 건설사 A사 관계자는 "이미 자금악화설이 돌면서 자연발생적으로 인력이 많이 빠져나간 상태"라며 "대놓고 인력을 자르진 못해도 전공 분야가 아닌 곳에 발령을 내거나 사업부문을 축소하고 승진에서 누락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견 건설사 B사는 회사가 정상화될때까지 팀장.간부급 이상의 임금을 5-20% 가량 삭감하기로 했다.

B사 관계자는 "건설사의 현금 흐름이 좋지 않아 명예퇴직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일단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감에 임금 삭감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중견 건설사에 비해 상황이 나은 대형 건설사들은 부문별로 인력을 재배치할 계획이다.

국내 사업 경우 금융위기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여파로 대규모 개발사업과 아파트 도급사업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유휴 인력이 발생하고 있는 반면 사상 최대의 수주 실적을 기록한 해외 사업은 해외인력까지 수혈하는 등 인력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인 C사는 최근 주택 영업, 개발사업 인력을 줄이는 대신 일손이 달리는 해외 공사의 관리직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D건설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는 포트폴리오가 잘 돼 있어 인력 재배치로 감원은 넘길 수 있다"며 "하지만 건설시장이 계속 나빠질 경우 대형 건설회사라도 감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 연관 산업인 시멘트 업계도 경영난 극복을 위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쌍용양회는 감원 대신 올해까지 3년 연속 임금을 동결하고, 평일 근무시간은 1시간 연장하는 등 자구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쌍용차도 글로벌 경기 침체에서 대응하기 위해 생산라인의 탄력적인 조정을 위해 생산직원을 전환배치하기로 노사가 합의했다.

쌍용차는 이번 전환배치로 정규직원 및 사내협력업체 직원 중에서 350여명의 잉여 인력이 발생함에 따라 이들에 대해 유급 휴업을 실시키로 했다.

쌍용차는 휴업에 들어가는 생산라인 정규직원에 대해서는 휴업기간 중 단체협약에 따라 휴업급여를 지급할 계획이다.

또 사내협력업체 직원의 경우 계약 기간 중에는 강제적인 인원정리를 실시하지 않을 방침이다.

쌍용차는 2009년 신차출시 또는 경기 호전으로 휴업 기간내에 필요 인원이 발생할 경우에는 이들을 우선적으로 작업 라인에 배치하기로 했다.

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공급과잉 사태로 오랜 침체기를 맞은 가운데 글로벌 금융시장과 실물경기 불안까지 겹치면서 감산과 감원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하이닉스는 채산성이 떨어지는 국내와 미국, 중국 소재 200㎜ 라인 4개를 9월부터 연말까지 단계적으로 폐쇄키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초에는 생산능력이 올해 2분기말에 비해 30% 가량 줄게 될 전망이다.

하이닉스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국내 생산직 사원 2천여명은 새로 건설된 300㎜ 라인으로 전환 배치중이며, 미국 유진공장 직원 1천명은 전원 해고했다.

이에 따라 매년 2천명 가량 신규 채용하던 생산직 사원을 올해는 채용할 수 없게 됐으며, 해마다 500-600명 수준으로 채용하던 대졸 신입사원 채용도 중단해 사실상 인력 감원을 단행했다.

삼성전자도 사정이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원가 및 기술 경쟁력 강화를 통해 글로벌 불황을 극복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주우식 삼성전자 IR팀장은 지난 24일 기업설명회에서 "특단의 구조조정에 대해선 계획한 바 없다"고 밝혔다.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장기 불황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실적이 악화되고 있지만 아직 감원을 검토하고 있는 곳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장기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의류 업체들의 직원들에겐 칼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의류업체에 감봉이란 단어는 없습니다.

감원만 있을 뿐이죠" 최근 불황과 관련 "월급이 줄어들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국내 중소 의류업체 영업담당 A씨의 대답이다.

환율 상승에 따른 원가상승, 소비부진, 수입브랜드 선호 등 3중고를 겪고 있는 국내 의류업체에 '감봉'은 너무 한가한 소리라는 얘기다.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의류패션 중소업체들의 자구책은 '감원'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의류 업계에서는 대형 의류업체 2곳이 감원을 추진하고 알려졌으며 중견 의류업체 4-5곳도 감원설이 돌고 있다.

하지만 불황속에서도 캐주얼 브랜드는 비교적 나은편이다.

캐주얼 브랜드들은 오히려 다른 의류업체들이 판매부진으로 비운 백화점 매장 등을 차지하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반면 판매부진을 면치 못하는 의류 브랜드들은 행여 백화점에서 퇴출될 것으로 우려해 직원들의 입단속을 하고 있는 양상이다.

◇ 감원은 아니지만..구조조정 '공포' = 경기 침체와 환율 인상으로 경영난에 처한 여행업계는 즉각적인 감원은 하지 않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감원 등 인력 조정을 검토하고 있으며 현재는 광고 중단 등 비용 절감으로 위기 극복을 시도하고 있다.

국내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는 인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직원 월급을 제외한 부대비용을 최대한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하나투어는 최근 광고를 전격 중단했으며 부서별 회식비도 줄였다.

모두투어는 고심 끝에 한달 동안 관리부서 인원을 1명씩 영업 현장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인력을 재배치했으며 광고도 중단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아직 감원 칼바람이 여행업에는 미치지 않고 있지만 여기저기서 앞으로 인력을 줄일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어 불안해하고 있다"면서 "환율이 계속 오르고 경기마저 계속 바닥을 친다면 앞으로의 일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직격탄을 맞은 현대아산은 인력을 줄여야하는 상황이지만 향후 관광 재개를 대비해 직원들을 재택 근무로 돌렸다.

이에 따라 본사 직원은 연말까지 20일씩 재량껏 집에서 쉬면서 근무를 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