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 없는 혼돈의 시대다. 절망과 공포감이 엄습해 온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위기는 그저 위기일 뿐이다. 캄캄한 암흑에 갇히고 나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는 헤치고 나아간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가득 안고서라도 길을 뚫는다. 혼돈이라는 괴물은 극복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속도다. 혼란의 소용돌이에서 남들보다 한 발 앞서 나가기는 무척 어렵다. 한 발짝은커녕 반 발짝도 힘들다. 발을 내디디려면 길이 보여야 한다. 앞날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미래는 어떻게 다가오는가. 당신의 미래는 당신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의 미래는 모든 사람의 미래와 연결돼 있다. 미래는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사회 시스템의 변화로 다가온다. 이른바 시스템적 사고를 훈련하기 시작하면 캄캄한 암흑에서도 한 줄기 빛을 찾아 낼 수 있다. 최소한 그 가능성이 높아진다.

▶▶ 미래는 결코 질서정연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예를 들어 보자.기술 경쟁은 당신의 미래,우리의 미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디지털 카메라의 출현이 필름공장 화학공장 사진관 현상업체 등에 치명적 타격을 입힌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때 목좋은 곳에서 특수를 누리던 사진관 주인에겐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지만,그는 언론에서 떠들어 대던 디지털 기술의 발전 속도를 자신의 미래와 연결시킬 수 있는 상상력을 갖고 있어야 했다.

미래는 결코 질서정연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때문에 장기 계획이라는 것은 현실 세계에서 별 의미가 없다. 누가 감히 월가의 파탄과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했겠는가. 펀드의 투자 수익률을 예측하고 부동산의 시세 차익을 기대했던 사람들의 꿈,50세에 노후 준비를 마치고 60세부터 여생을 즐기겠다던 소박한 직장인들의 '라이프 플랜'도 모두 금융 쓰나미에 떠내려가 버렸다. 물론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다시 강조하지만,변화의 속도가 그만큼 빠르고 불규칙적이고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컴퓨터의 등장은 우리 생활을 어떻게 바꿔 놓았을까. 당신의 직장 내부를 들여다보라.업무 처리 방식과 속도가 엄청나게 달라졌을 게다. 하지만 그보다 눈에 띄는 것은 여성들의 역할이 변했다는 점이다. 언제인가부터 우리 주변에선 여성 타이피스트들이 사라졌다. 주요 기업 중역들은 이제 직접 기안을 하고 이메일을 보낸다. 비서를 시켜 타이핑하는 중역들은 복잡다단하고 변화무쌍한 업무 프로세스를 따라잡기 어렵게 됐다. 결국 타자기는 컴퓨터로 대체되고 여성들은 남성들과 똑같이 컴퓨터 앞에 앉게 됐다. 이 같은 변화는 결코 페미니즘의 확산이 가져다 준 결과가 아니다. 기업들은 결코 여권 신장만을 이유로 여성을 고용하지 않는다.

규모의 확대에 따른 새로운 인력의 필요성,단순 노동보다는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의 생산-가공-응용이 중요해진 경쟁 환경 등이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과거 기업인들은 과연 컴퓨터의 등장이 여성들의 삶에 이 같은 변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일찍이 예상했었을까. 아마 그렇지 않았을 게다.

▶▶ 스스로 변화를 창조하는 능력을 키워라

변화를 예측하는 모델 중 가장 첨단을 달리고 있는 분야는 복잡계 이론이다. '베이징에 있는 나비가 작은 날갯짓을 하면 미국 플로리다에 엄청난 허리케인이 덮친다'는 이른바 '나비 효과'로 대표되는 이론이기도 하다. 이 이론의 핵심은 한마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워낙 복잡하고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개인이나 조직은 스스로 변화를 창조해 가는 자세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1969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머레이 겔만은 "복잡계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차이는 복잡계를 모르는 사람과 원숭이의 차이보다 더 크다. 복잡계를 모르는 사람은 금붕어와 전혀 다를 바 없다"고 갈파했다.

물론 복잡계 이론을 진리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항상 옳은 것도 아니다. 복잡계 이론 역시 하나의 관점일 뿐이다. 하지만 변화의 가능성을 알고 준비하는 조직과 그렇지 못한 조직 간의 격차가 너무도 크게 벌어질 것이라는 진단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진리'다.

오늘날 경영학 서적들은 성공적인 조직 관리를 위한 수많은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이론도 미래에 나타날 양상이나 흐름을 구체적으로 알려 줄 수는 없다. 미래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갈수록 시스템화-네트워크화될 이 세상에 대한 전율과 긴장이다. 시간은 모두에게 똑같은 크기이지만 어느 누군가에게는 의미 있는 변화와 상상력을 동반하는 '카이로스(Kairos)'가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음 세상의 주역은 그런 시간들을 맞이한 사람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