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주 전부터 글로벌 악성 금융위기에 대한 대처 방식이 바뀌고 있다. 현 영국 총리의 이름을 따른 '브라운식 모델'이 그것이다.

이 모델은 모든 위기처리 과정에 국가의 역할을 공식 인정하는 것으로,시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복원력이 없을 때 적용하는 위기해결 방식이다. 이전까지 미국 방식은 시장의 기능과 복원력을 전제로 한 것으로 지금처럼 시스템이 붕괴된 상황에서는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대증요법이었다.

브라운식 모델 적용으로 앞으로 투자환경에는 기회와 위험이 동시에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금융시장은 난기류를 보이고 있지만 한편에선 해결에 대한 기대가 조심스럽게 형성되는 점이 주목된다. 악성 금융위기 해결에 가장 절실한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그래도 비상시에 믿을 수 있는 국가의 역할을 이 모델은 인정했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 등이 위기의 3단계 이론 가운데 첫 번째 단계인 돈이 부족한 유동성 위기는 5부 능선을 지났다고 평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표적으로 리보금리(런던은행간 금리)가 소폭이나마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물론 지난 1년간 세계자산 가격이 평균 40% 이상 폭락한 데 따른 역자산 효과와 앞으로 본격화될 구조조정에 따른 역기능 등으로 실물경기는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악화될 전망이다.

브라운식 모델 적용으로 금융환경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다가올 금융환경에 있어서는 △자원배분이나 위기처리 주체로 시장보다 국가가 △금융산업 구조는 투자은행보다 전통적인 시중은행이나 금융지주회사가 △금융상품은 복잡한 파생상품보다 누구나 알 수 있는 단순한 상품이 △모든 감독체계에 있어서는 중앙은행의 역할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현 체제와 환경이 보완 혹은 개편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국제금융기구나 국제통화질서에 대한 요구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 촉발된 모기지 사태가 불과 1년이란 전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짧은 기간에 글로벌 금융위기로 악화된 것은 컨트롤타워 격인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선진 7개국(G7) 회담,현 통화체제인 자유변동환율제 등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반성이 제기되고 있다. 벌써부터 IMF의 기능 강화론이나 해체론,G7 회담을 대신할 '선도그룹'(steering group) 창설,'신 브레튼우즈체제' 등의 논의가 일고 있다.

국제 자금흐름은 당분간 '본국으로의 회귀' 성향이 강화될 것이라는 점을 특히 우리 입장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피셔의 이론대로 국별로 금리나 통화가치 면에서 다소 손해를 본다 하더라도 현금흐름을 중시하는 경제주체들의 자금운용 방식이 앞으로 상당 기간 중시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프런티어마켓(FTSE 시장지위 기준)→신흥시장→선진 신흥시장→선진시장 순으로 신용위기 우려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학계에서는 1950년대 후반 이후 경제주체들의 자율과 시장을 중시해온 통화론자와 공급 중시 경제학자보다 케인시언들이 득세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지금의 상황과 위기대처 방식인 브라운식 모델이 케인스 이론이 태동됐던 1930년대 상황이나 당시의 위기대처 방식인 루즈벨트식 모델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 세계 무역질서에서는 각국의 이익이 보다 강조되는 보호무역주의가 고개를 들거나,선진국의 애국주의에 맞서 자원을 많이 보유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시장의 결속을 다지는 카르텔화 혹은 국수주의 움직임이 강화되는 이른바 '과도기 징후'가 나타날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이 경우 세계경제는 지금보다 더 깊은 수렁에 빠져 일부에서 우려하는 대공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이처럼 이번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악성 금융위기는 앞으로 다양한 방면에 걸쳐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정책당국을 비롯한 모든 경제주체들은 이런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